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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자리에서 문학은 다시 사람을 살린다, 『수평선 너머』 출간(벤자민 마이어스, 다산북스)
“삶은 저 바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한 소년의 인생을 바꾼 찬란한 여름 이야기
출판사 제공
전쟁은 끝났지만 사람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잿빛이 남아 있다. 폐허가 된 시대를 지나 한 소년은 처음으로 자신이 다른 삶을 꿈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산북스는 영국 작가 벤자민 마이어스의 장편소설 『수평선 너머』를 오는 5월 22일 국내 출간한다고 밝혔다.
『수평선 너머』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대를 이어 광부가 될 운명이었던 열여섯 살 소년 로버트가 어느 여름 바닷가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노부인 덜시를 만나면서 삶의 방향이 바뀌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작품은 출간 직후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독일에서는 100주 넘게 슈피겔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30만 부 이상 판매됐다. 현재 배우 헬레나 본햄 카터 주연의 영화 제작도 진행 중이다.
소설은 노년의 로버트가 과거를 회상하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삶은 어디로 간 걸까?”라는 질문 속에는 지나간 시간과 상실, 그리고 끝내 붙잡고 싶은 기억이 함께 스며 있다.
1946년 여름, 전쟁의 상처가 아직 남아 있는 영국 북부. 로버트는 광산 노동자의 삶이 이미 자신의 미래로 정해져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어느 날 충동처럼 길을 떠난 그는 해안가에서 덜시라는 노부인을 만나게 된다. 혼자 오두막을 짓고 살아가는 그녀는 자유롭고 재치 있으며, 책과 시, 음식과 자연을 사랑하는 인물이다.
덜시는 로버트에게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노동만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인간은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문학이 한 사람의 내면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로버트는 그녀의 작업실에서 책을 읽고 시를 접하며 조금씩 새로운 언어와 세계를 배워간다.
작품 곳곳에는 삶을 붙드는 문장들이 등장한다. “결국 진정으로 싸울 가치가 있는 건 몇 개 안 돼. 자유, 그리고 자유가 가져다주는 모든 것. 시, 어쩌면 좋은 와인 한 잔, 맛난 식사, 자연…”이라는 덜시의 말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처럼 읽힌다.
또 “좋은 시는 마음속 조개껍데기를 벗겨내 그 안에 깃든 진주를 발견하게 한다”거나 “시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완전히 혼자는 아니라는 점을 일러주는 인류의 표현 방식”이라는 문장들은 문학이 왜 인간에게 필요한지를 조용히 되묻는다.
벤자민 마이어스는 자연 묘사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바닷바람과 들판의 냄새, 저녁 햇살과 파도 소리가 촘촘한 문장으로 이어지며 독자를 한 계절의 풍경 속으로 데려간다. “인생에는 약간의 색이 필요한 법이거든. 환상일지라도 말이지”라는 대사는 황폐한 시대 속에서도 인간이 끝내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다정함’에 관한 소설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한 소년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사람, 타인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열어주는 존재의 힘을 이야기한다. 전쟁과 상실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소설이 끝내 도착하는 곳은 절망이 아니라 회복이다.
황인찬 시인은 추천사에서 “문학은 결국 인간의 회복에 대한 것임을 깨닫게 한다”고 평했다. 실제로 『수평선 너머』는 단순한 성장소설을 넘어, 문학이 한 사람을 어떻게 구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에 가깝다.
“삶은 저 바깥에서 내가 게걸스레 먹어치워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로버트의 이 문장은 결국 독자 자신을 향한 질문처럼 남는다. 우리는 지금, 정말 자신이 원하는 삶을 향해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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