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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결국 다시 한 번 살아보는 기억의 일이다”, 『산곡미풍』 출간(위화, 푸른숲)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위화가 40년의 기억과 시간을 따라 써 내려간 첫 본격 산문집

장세환2026년 5월 18일 오후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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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곡미풍.jpg출판사 제공

『인생』과 『허삼관 매혈기』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온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위화가 산문집 『산곡미풍』으로 돌아왔다. 이번 책은 작가가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약 40여 년 동안 써온 기억과 삶의 풍경을 한 권에 담아낸 작품으로, 소설 속 인물이 아닌 위화 자신의 내밀한 시간을 독자 앞에 꺼내놓는다.

책 제목인 ‘산곡미풍’은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뜻한다. 위화는 2024년 중국 하이난의 한 산골 휴양지에서 우연히 맞은 바람을 계기로 오래전 기억 속 풍경들을 떠올렸고, 그 감각을 따라 삶의 시간들을 다시 써 내려갔다. 작가는 그 바람을 단순한 자연의 감촉이 아니라 지나온 생을 다시 불러오는 매개로 받아들인다.

『산곡미풍』에는 어린 시절의 농촌 풍경과 병원에서의 기억, 문화대혁명 시기의 혼란, 문학을 처음 사랑하게 된 순간, 아버지가 된 뒤의 감정까지 다양한 장면들이 담겼다. 위화는 어린 시절 바닷물이 푸르게 변하는 곳까지 헤엄쳐 가고 싶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삶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대부분 받고 나서야 알게 된다”고 말한다. 소설가로서의 명성보다 한 인간으로서의 체온과 흔들림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이 산문집은 위화 특유의 유머와 쓸쓸함이 공존하는 문체로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는 기쁨과 슬픔, 환희와 불안이 교차하는 인생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바라본다. “생활은 계속 반복된다”거나 “삶은 결국 복습의 연속”이라는 문장은 나이를 먹어가는 인간의 불안과 체념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그 시간을 견디는 힘을 이야기한다.

한국 문단의 반응도 뜨겁다. 소설가 김금희는 추천사에서 위화의 문장을 “슬픈 친근함”이라고 표현했고, 장강명은 “거장과 같은 시대를 사는 독자가 누리는 특권”이라고 평했다. 조승리 작가는 “그의 문장은 등 뒤를 쓰다듬는 깊은 골짜기 산들바람 같다”고 적었다.

이번 책은 위화의 작품 세계를 사랑해온 독자들에게는 그의 문학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자, 처음 위화를 만나는 독자들에게는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입문서가 된다. 특히 거대한 역사나 사건보다 개인의 기억과 감정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소설들과는 또 다른 결의 매력을 전한다.

『산곡미풍』은 결국 지나온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삶의 상처와 기쁨이 모두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순간, 독자는 자신 역시 오래된 시간을 천천히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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