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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시작해 막아야 한다”, 『뉴로테리어』 출간(손혜주, 한국경제신문)

뇌의학자가 제안하는 공간 처방… 인테리어가 기억과 삶의 질을 바꾼다

장세환2026년 5월 18일 오후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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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테리어.jpg출판사 제공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은 병원 안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공간 안에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시선의 책이 나왔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핵의학과 교수이자 알츠하이머 연구자인 손혜주 교수가 신간 『뉴로테리어』를 통해 뇌과학과 공간 디자인을 결합한 ‘뇌 친화적 공간 설계’ 개념을 본격적으로 제안했다.

책 제목인 ‘뉴로테리어’는 뇌를 뜻하는 뉴로와 인테리어를 결합한 용어다. 저자는 치매를 단순한 의료·간병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공간과 연결된 삶의 문제로 바라본다. 특히 치매가 노년의 어느 날 갑자기 닥치는 사건이 아니라 20년 이상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변화라는 점에 주목하며, 중년기부터 공간 환경을 바꾸는 것이 인지 건강의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한다.

책은 뇌의 회복 탄력성 개념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손 교수는 유전적 위험 요인이 있더라도 삶의 환경과 경험이 뇌 기능 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뇌 속 맹그로브 숲’에 비유하며, 공간이 그 숲을 지탱하는 토양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예쁜 집이 아니라 뇌의 피로를 줄이고 감각을 안정시키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저자는 노화가 진행될수록 인간은 의지보다 환경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게 된다고 분석한다. 실제 연구 사례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 살던 노인들이 안전하고 정돈된 공간으로 이동한 뒤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완화됐다는 점도 소개한다. “내 능력이 약해질수록 환경이 내게 미치는 힘은 강력해진다”는 메시지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문장처럼 읽힌다.

『뉴로테리어』는 단순한 의학 교양서에 머물지 않는다. 조명의 밝기와 가구 배치, 소음과 색채, 동선과 촉각 환경까지 세밀하게 분석하며 실제 생활 공간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뇌를 위한 공간 디자인의 핵심은 덧셈이 아니라 뺄셈”이라고 강조한다. 시각적 소음과 과도한 자극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노화하는 뇌의 피로를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스웨덴 왕실과 이케아가 협력해 만든 치매 친화형 주택 ‘실비아보’ 사례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치매 친화 공간 설계도 함께 다룬다. 치매 환자를 위한 공간이 결국 모든 세대를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책이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다. 저자는 마지막까지 “좋은 공간이 곧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손혜주 교수는 카이스트 출신 뇌의학자로, 알츠하이머 회복 탄력성 연구를 통해 국제 학계에서도 주목받아 왔다. 이 책은 오랜 임상 경험과 최신 뇌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초고령 사회를 살아갈 독자들에게 새로운 생활 전략을 제안한다. 빠르게 늙어가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집과 공간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영역으로 끌어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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