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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할까, 『대화한다는 착각』 (마이클 P. 니콜스·마사 스트라우스, 교양인)
“우리는 대화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말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판사 제공
말은 넘쳐나는데 관계는 점점 멀어진다. 메신저와 댓글, 영상 통화까지 소통 수단은 많아졌지만 정작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는 외로움은 더 커지고 있다. 『대화한다는 착각』은 그 단순하지만 불편한 현실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책이다.
교양인에서 출간된 『대화한다는 착각』은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가족치료 전문가 마이클 P. 니콜스와 임상심리학자 마사 스트라우스가 함께 쓴 심리 교양서다. 원제는 『잃어버린 경청의 기술』로, 이번 개정판에서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시대의 소통 문제까지 새롭게 다뤘다.
책은 관계가 무너지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를 “듣지 않기”에서 찾는다. 사람들은 상대의 말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자기 이야기를 할 타이밍을 기다리며 대화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전선을 끊어놓고 불이 켜지길 바라는 일”에 비유한다.
특히 책은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대화 습관들을 구체적으로 짚는다. 상대 고민에 곧바로 해결책을 들이대는 ‘해결사형’, 자기 경험으로 화제를 돌리는 ‘가로채기형’, 상대 감정을 무시하고 “그렇게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는 ‘감정차단형’ 같은 모습들이다.
저자들은 진짜 대화의 핵심으로 ‘경청’을 강조한다. 단순히 말을 참고 듣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와 판단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 감정에 집중하는 태도라는 설명이다. 책은 이를 “이타적 절제”라고 표현한다.
부모와 자녀, 부부, 친구 관계에서 왜 갈등이 반복되는지도 심리적으로 분석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를 잘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상처를 준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 앞에서 다시 십 대처럼 무력해지는 심리, 배우자의 말에 과잉 반응하는 이유 등도 사례 중심으로 풀어낸다.
후반부에서는 실질적인 대화법도 소개한다. 상대 말을 곧바로 반박하지 않고 먼저 감정을 받아들이는 ‘반응적 듣기’, 질문을 통해 대화를 여는 방식, 정치·사회적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감정 싸움 없이 대화하는 방법도 담겼다.
책은 결국 ‘말 잘하는 법’보다 ‘잘 듣는 법’을 더 중요한 관계 기술로 바라본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경험이야말로 사람을 연결하고, 자존감과 관계를 동시에 회복시키는 힘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평생 자신의 말을 이해받기 위해 살아간다. 그래서 때로는 한 문장의 조언보다, 끝까지 들어주는 침묵 하나가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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