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아이의 곁에 머무는 마음으로 한 달을 건너다 『어린이의 곁이면 되었다』 신간 (남지은, 난다)

시와 산문, 동시와 그림일기로 엮은 남지은의 ‘5월’ 기록

장세환2026년 4월 24일 오후 5:26
300

어린이의 곁이면 되었다.jpg출판사 제공

5월은 탄생과 죽음이 가장 가까이에서 손을 맞잡는 달이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이 계절에는 자라는 생명과 스러지는 흔적이 동시에 존재한다. 『어린이의 곁이면 되었다』는 이 모순적인 5월을 통과하며 쓰인 한 시인의 기록이다.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 스물아홉 번째 책으로 출간된 이 작품은, 시인 남지은이 시와 산문, 동시와 그림일기를 오가며 5월 한 달을 하루하루 지켜본 결과물이다.

이 책은 남지은의 첫 산문집이기도 하다. 2012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시단에 등장한 이후, “세심하고 강인한 시적 양육”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그는 이번 책에서 시의 영역을 산문과 일기, 그림으로 확장한다. 그러나 형식이 달라졌어도 중심에 놓인 태도는 같다. 지켜보기, 곁에 있기, 서두르지 않기.

『어린이의 곁이면 되었다』는 제목 그대로 ‘잘 가르치려는 어른’이 아니라 ‘곁에 머무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시인은 어린 시절 5월생 아이들을 오래도록 부러워했다. 가장 환하고, 가장 자유로워 보이던 달에 태어난 아이들. 그 부러움은 이 책에서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아이들의 곁에 머물고자 하는 태도로 변주된다.

이 책은 5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하루에 한 편씩 글을 배치한다. 어떤 날은 에세이로, 어떤 날은 시로, 또 어떤 날은 동시나 그림일기로 하루를 기록한다. 이 구성은 시간을 일력처럼 넘기듯 읽게 만들면서도, 하루의 무게를 가볍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루를 온전히 감각하도록 돕는다.

남지은의 5월은 밝기만 한 계절이 아니다. 그는 5월이 거느린 ‘작은 탄생’과 ‘작은 죽음’을 동시에 감각한다. 부드러운 흙을 만질 때 느껴지는 생의 순환, 죽고 나서 또 다른 몸으로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들. 작가의 말에서 시인은 말한다. “5월의 태어남이 좋다. 5월의 껴안음이 좋다.” 이 껴안음에는 기쁨뿐 아니라 상실에 대한 이해도 함께 담겨 있다.

책 속에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자주 등장한다. 아이들의 말은 종종 느려지거나 멈추고, 돌아가거나 엉킨다. 시인은 그 흐트러짐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 잘 들어준다는 것은 아이들이 자기 말의 모양을 스스로 찾도록 기다려주는 일이라고 그는 믿는다. 그래서 이 책의 문장들은 빠르지 않고, 해답을 서두르지 않는다.

동시에 이 책은 시인이자 어른으로서의 자기 점검이기도 하다. 아이로, 어른으로, 제자로, 선생으로, 노동자로, 시민으로 살아가다 보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럴 때 시인은 자주 잠에 빠지고, 글이 막히고, 다시 지우고 고쳐 쓴다. 쓰기는 그에게 모호하게 알고 있던 감정이 형체를 얻는 과정이다.

『어린이의 곁이면 되었다』에는 그림일기도 다수 실려 있다. 시인의 개 ‘짱이’가 자주 등장하며, 작업대 옆에 눕거나 느린 속도로 산책하는 장면들이 반복된다. 이 개의 존재는 빠른 생산성과 성취의 리듬을 잠시 멈추게 한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것. 그것으로 하루의 할 일을 다한 존재 곁에서, 시인은 삶의 다른 기준을 배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이 ‘가르침’보다 ‘연습’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쓰는 연습, 읽는 연습, 마음을 더듬는 연습.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통해 집 밖으로 나가는 길 하나를 내주고 싶었다는 5월 31일의 글은, 문학이 생존 기술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어려운 순간에 언젠가 그 연습이 효험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시는 완결된 형식이 아니다. 시로 된 생각, 시가 된 하루, 시를 향한 연서와 악전고투가 함께 실린다. 그래서 이 책은 시집이면서 산문집이고, 일기이면서 편지다. ‘시의적절’ 시리즈의 취지처럼, 때와 시가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 기록이다.

남지은의 문장은 부드럽지만 느슨하지 않다. 아이들을 닮고 싶다는 고백은 유약함이 아니라 용기의 표현에 가깝다. 마음을 열어 사랑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도 괜찮다는 안도, 무시당하지 않고 기꺼이 주고받는 사랑을 믿는 태도가 이 책의 정조를 이룬다.

『어린이의 곁이면 되었다』는 어린이에 관한 책이지만, 어린이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어린이를 곁에 두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건네는 책이다. 급히 판단하지 않고,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며, 말의 겉이 아니라 마음의 안쪽에 머무르는 연습에 관한 기록이다.

5월을 하루씩 읽어 내려가다 보면, 독자는 깨닫게 된다. 이 책이 말하는 ‘곁’은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옆에 있는 것, 기다려주는 것, 그리고 쉽게 떠나지 않는 것.

『어린이의 곁이면 되었다』는 5월이라는 계절을 통과해,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누구의 곁에 있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곁을 얼마나 겸허하게 지키고 있는가. 이 질문은 작지만 오래 남는다.

하루 한 편씩 읽기에 알맞은 이 책은, 제철 음식처럼 지금 읽어도 좋고, 시간을 건너 다시 펼쳐도 좋다. 남지은의 5월은 그렇게, 조용히 독자의 손에 머문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9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2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