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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해석하는 시선의 전환, 『이해할 수 없는 아픔은 없다』(최강, 바다출판사)

진단을 넘어 이해로, 정신질환을 입체적으로 읽어내는 임상의 기록

최준혁2026년 4월 22일 오전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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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아픔은 없다.jpg출판사 제공

정신질환을 다루는 책은 많지만, 『이해할 수 없는 아픔은 없다』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이 책은 치료법이나 위로를 먼저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이해”라는 단어를 중심에 놓는다. 왜 아픈지, 무엇이 그 고통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고통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구조 속에서 발생했는지를 차분히 풀어낸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 최강은 20여 년간 환자 곁을 지켜온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질환을 단일한 원인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생물학적 요인, 심리적 요인, 사회적 요인을 동시에 고려하는 ‘입체적 해석’이 이 책의 핵심 구조다. 이는 단순한 공감이나 낙관을 경계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감정만으로는 고통을 설명할 수 없고, 의지만으로는 고통을 극복할 수 없다는 전제가 분명하게 깔려 있다.

책의 강점은 구체적인 사례에서 드러난다. 따돌림으로 인한 고통이 뇌에서 실제 신체 통증과 유사하게 처리된다는 연구, 수집광 환자가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자아의 확장’으로 설명하는 대목, 거식증이 문화적 환경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 등은 정신질환을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로 끌어내린다.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흐리는 방식이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불안, 집착, 강박, 우울과 같은 상태들이 특정 환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연속선 위에 놓여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정신질환은 특별한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과 환경이 맞물릴 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상태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스스로를 예외로 두지 않는다. 발표 불안을 줄이기 위해 약을 복용했던 경험, 쇼핑 중독과 유사한 행동을 했던 시기 등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의사’와 ‘환자’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이는 독자가 책을 읽는 동안 방어적 거리를 유지하지 않도록 만든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축은 ‘사회’다. 저자는 반복해서 개인의 회복이 개인 내부에서만 완성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아무리 회복 탄력성이 뛰어난 개인이라도, 그를 지지하는 사회적 기반이 없다면 완전한 회복은 어렵다. 탱탱볼이 단단한 바닥에서만 튀어 오르듯, 인간의 정신 역시 관계와 환경 속에서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비유는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압축한다.

책 후반으로 갈수록 논의는 더 확장된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은 결국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점,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과정이 사회적 차별을 줄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는 정신의학을 넘어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어진다.

결국 『이해할 수 없는 아픔은 없다』는 선언적 제목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완결된다. 이 책은 고통을 제거하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고통을 이해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온다. 이해는 거리감을 줄이고, 거리감이 줄어들면 관계가 시작된다.

이 책이 도달하는 결론은 단순하다. 고통은 설명될 수 있고, 설명은 연결을 만든다. 그리고 그 연결이야말로 회복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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