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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을 다시 묻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가족의 탄생』(나카야마 가호, 한티재)

혈연과 제도의 바깥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연대의 서사

장세환2026년 4월 22일 오전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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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라다 파밀리아, 가족의 탄생.jpg출판사 제공

가족은 태어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그라다 파밀리아, 가족의 탄생』은 이 오래된 질문을 정면에서 다시 꺼내 든다. 일본 퀴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나카야마 가호는 이번 작품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돌봄’과 ‘책임’으로 확장되는지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단순한 연애 서사를 넘어, 관계가 형성되고 유지되는 과정 자체를 서사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이 소설은 레즈비언 커플의 사랑에서 출발하지만, 그 범위는 곧 개인의 감정을 넘어선다. 연인을 잃은 이후 남겨진 인물들이 서로를 선택하고, 함께 살아가기로 결정하는 과정은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을 자연스럽게 흔든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제도와 규범으로 고정되어 있던 자리에서, 이 작품은 그것을 관계와 선택의 문제로 다시 이동시킨다. 이 변화는 선언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인물들의 일상과 감정의 흐름 속에서 조용히 구축된다.

나카야마 가호는 이미 전작들을 통해 사랑의 심연과 욕망의 복잡성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작가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탐미적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넓은 윤리적 질문으로 시선을 확장한다. 특히 ‘함께 살아간다’는 선택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가며, 관계의 본질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등장인물들은 완전한 상태로 결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처와 결핍을 안은 채 서로에게 다가가고, 그 불완전함 자체가 관계를 지속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 작품이 주목되는 이유는 퀴어 서사를 특정한 정체성의 이야기로 가두지 않는 데 있다. 성소수자의 삶을 다루면서도, 그것을 ‘특수한 이야기’로 소비하지 않고 보편적인 인간 관계의 문제로 확장한다. 사랑과 돌봄, 상실과 회복이라는 주제는 독자의 경험과 자연스럽게 맞닿으며, ‘가족’이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가족의 탄생』은 새로운 가족을 제안하는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이름 붙이지 못했던 관계들을 드러내는 소설이다. 서로를 선택하고 끝까지 곁에 남으려는 의지가 만들어내는 연결, 그 느슨하지만 단단한 구조를 통해 이 작품은 가족의 의미를 다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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