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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틈에서 피어난 우정, 『검은 소녀』 (쉴레만 사니 아훈도프, 틈많은책장)
100년을 건너온 아제르바이잔 아동문학의 묵직한 질문
출판사 제공
낯선 이름의 나라에서 건너온 이야기가 의외로 지금의 우리를 향한다. 『검은 소녀』는 아제르바이잔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쉴레만 사니 아훈도프의 작품으로, 한 소녀의 삶을 통해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차별을 드러낸다. 1913년 처음 발표된 이후 여러 차례 개작을 거치며 100년 넘게 교육 현장에서 읽혀 온 작품이다.
이야기는 가난한 구두장이의 딸인 ‘검은 소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녀는 계층과 환경의 벽 속에서 성장하지만, 그 안에서도 꺾이지 않는 생명력과 강인함을 보여준다. 반면 부유한 집안의 아이와 대비되는 삶은 어린 독자에게도 사회의 불평등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이 작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아동문학이라는 틀 안에서도 폭력과 차별, 죽음과 같은 현실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가는 아이를 보호의 대상이 아닌,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본다. 그 시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1934년 판본을 바탕으로 한 이번 번역은 당시 소비에트 체제의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텍스트를 충실히 담고 있다. 계층 대비는 더욱 선명해지고, 인물의 성격은 단순화되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사회 구조의 문제는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특정 시대의 도구적 문학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주제가 시대를 넘어 반복해서 읽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아이들의 태도다. 어른들이 만든 경계와 차별 속에서도 두 소녀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관계를 이어간다. 폭력적인 세계 속에서도 폭력을 답습하지 않는 선택, 그 작은 태도가 오히려 이야기 전체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결국 이 책은 단순한 고전 번역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는 질문에 가깝다. 그리고 그 질문은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다. 우리는 지금, 아이들에게 어떤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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