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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의 경계를 흔드는 상상력, 『해파리 만개』 (김초엽, 마음산책)

인간 중심의 세계를 넘어… 이름 붙일 수 없는 존재들과의 공존을 묻다

장세환2026년 4월 20일 오후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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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만 개.jpg출판사 제공

설명되지 않는 존재를 마주할 때,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먼저 배제하려 한다. 김초엽의 신작 『해파리 만개』는 그 익숙한 반응을 뒤집는다. 이 책은 ‘쓸모’와 ‘기능’이라는 기준에서 밀려난 존재들을 중심으로, 우리가 세계를 나누고 규정해온 방식 자체를 되묻는다.

이번 작품집은 김초엽의 두 번째 짧은 소설집으로, 인간과 비인간이 교차하는 세계를 한층 더 깊이 탐색한다. 모래, 해파리, 끈적이, 젤리, 골렘 등 이름만으로도 낯선 존재들은 기존 질서에 포섭되지 않은 채 등장해, 인간의 이해와 감각을 끊임없이 흔든다.

작품 속 존재들은 효율과 목적을 기준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예컨대 해파리는 아무 기능도 없이 증식하며 도시를 채우고, ‘끈적이’는 접촉하는 순간 인간의 감각을 침투한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기이함을 넘어, 인간이 중심이 되어 세계를 재단해온 방식을 해체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야기는 ‘닿는 순간’에 집중한다. 낯선 존재와의 접촉은 인물들의 감각을 바꾸고, 기존의 경계를 흐린다.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인식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김초엽은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믿어온 질서와 기준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 조용히 드러낸다.

또한 이번 작품은 박지숙 작가의 그림과 결합해 감각의 층위를 확장한다. 텍스트가 열어 놓은 세계는 이미지와 만나며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를 띠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해파리 만개』는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쓸모 없는 것은 정말로 무가치한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와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 이 물음은 낯선 세계를 향하지만, 결국 독자가 살아가는 현실로 되돌아온다. 우리가 외면해온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이 책의 중심에 놓여 있다.

이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밀어내기보다 곁에 두는 선택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그 조용한 가능성이 독자의 감각 안에서 서서히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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