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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때로 낯선 곳에서 시작된다 『세상 끝 작은 섬 알래스카에서』 출간(박은애, 작가의집)

여행이 아닌 ‘살아낸 시간’으로 기록한 알래스카의 일상

장세환2026년 4월 17일 오후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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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작은 섬 알래스카에서.jpg출판사 제공

지도 위 끝자락에 가까운 알래스카의 작은 섬. 많은 이들에게 그곳은 잠시 머무는 여행지로 남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이 시작된 자리였다. 『세상 끝 작은 섬 알래스카에서』는 초등학생 두 아이를 데리고 낯선 땅에 정착한 한 가족의 시간을 따라간다.

저자 박은애는 안정된 일상과 관계를 뒤로하고 열두 개의 가방만 들고 알래스카 캐치캔으로 향했다. 1년에 300일 가까이 비가 내리는 환경, 언어가 통하지 않는 학교, 집 앞을 배회하는 곰까지. 영상 속 풍경과는 전혀 다른 현실이 매일의 삶으로 다가왔다.

책은 이 극단적인 환경을 ‘고난의 서사’로만 풀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낯선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차분하게 기록한다. 아이의 학교 적응 문제, 비자와 생계 문제, 관계의 재정립 같은 현실적인 고민들이 이어지면서, 알래스카는 더 이상 낭만의 배경이 아닌 ‘살아야 하는 공간’으로 드러난다.

동시에 자연과 공존하는 일상의 장면들도 생생하게 펼쳐진다. 집 앞마당에서 마주한 오로라, 바다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 그리고 사람보다 먼저 길을 차지하는 야생동물까지. 이 풍경들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꾸는 계기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이 책이 붙잡는 건 ‘버티는 시간’이다. 익숙함이 무너진 자리에서 흔들리는 마음, 그리고 그 흔들림을 통과하며 조금씩 단단해지는 과정이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특별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자신의 선택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조용히 쌓아간다.

책장을 덮고 나면 알래스카는 더 이상 먼 나라의 풍경이 아니다. 각자가 지나고 있는 낯선 시기, 그 시간의 다른 이름처럼 다가온다.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물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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