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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있는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다”, 『관리자는 잠수사를 물에 보내는 마지막 사람이다』 (정준상, 좋은땅)
보이지 않는 물속보다 더 위험한 ‘판단’의 순간을 묻다
출판사 제공
산업잠수 현장은 늘 물속의 위험을 떠올리게 하지만, 『관리자는 잠수사를 물에 보내는 마지막 사람이다』는 시선을 전혀 다른 곳으로 돌린다. 사고는 물속이 아니라 그 이전, 관리자의 판단에서 시작된다는 전제다. 이 책은 잠수사를 투입하기 직전,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 사람의 책임과 기준을 정면으로 다루는 산업잠수 안전관리 지침서다.
책은 단순한 기술서가 아니다. 작업 계획 수립, 인원 배치, 장비 점검, 비상 대응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관리자의 판단’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구조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표면공급식 잠수를 하나의 장비 운용 방식이 아닌, 조직과 시스템 전체가 결합된 관리 체계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고를 줄이는 핵심은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멈춰야 할 순간을 알아보는 기준이라는 메시지가 반복된다.
저자 정준상은 37년 이상 산업잠수 현장을 지켜온 총괄관리자다. 5,000명 이상의 잠수 인력을 양성하며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사고 사례와 현장 데이터를 집요하게 분석해 왔다. 현재 교육기관과 연구소를 운영하며 산업잠수 안전 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으며, 이 책은 그 오랜 실무의 축적을 집약한 결과물이다.
이 책이 눈에 띄는 지점은 ‘인간’을 중심에 둔다는 데 있다. 잠수사의 스트레스와 심리 상태, 현장의 압박과 조직 문화까지 안전 요소로 끌어들인다. 체크리스트와 매뉴얼을 넘어, 관리자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들을 제시함으로써 상황 판단 능력을 훈련시키는 방식이다. “작업 중지는 권한이 아니라 의무”라는 선언은, 안전을 비용이나 효율의 문제로 다뤄온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 읽힌다.
결국 『관리자는 잠수사를 물에 보내는 마지막 사람이다』는 산업잠수 분야를 넘어선다. 이 책이 말하는 것은 특정 직군의 기술이 아니라, 위험 앞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에 대한 태도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대부분이 ‘조금만 더’라는 판단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하며, 책임 있는 결정이란 무엇인지 묵직하게 되묻는다.
현장에서의 안전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의 마지막에 서 있는 사람은 언제나 관리자다. 이 책은 그 자리에 서 있는 이들에게, 무엇을 보고 무엇을 멈춰야 하는지 끝까지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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