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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법 앞에 서도 출발선은 같지 않다, 『법 앞에 선 외국인』 (고민석, 두현출판사)
11년 차 변호사가 기록한 외국인 사건들, 법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다
출판사 제공
법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말해진다. 그러나 『법 앞에 선 외국인』은 그 전제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되묻는다. 같은 법 아래에서도 누구는 이해하지 못한 채 진술하고, 누구는 제도를 알지 못해 권리를 잃는 현실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은 11년 차 변호사가 법정과 상담 현장에서 마주한 외국인 사건들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단순한 사례 나열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제들을 유형화해 열 가지 서사로 재구성했다. 두통약이 마약류로 분류되어 범죄자가 되는 사건, 통역 부재로 방역법 위반자가 되는 상황, 불법체류 신분 때문에 임금 청구를 포기하는 선택 등은 법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장면들이다.
이 사례들은 공통된 구조를 가진다. 언어의 장벽,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 정보 접근의 제한이 겹치면서 사건은 단순한 법률 문제가 아닌 조건의 문제로 확장된다. 동일한 사건이라도 외국인은 더 많은 설명과 입증을 요구받으며, 출입국 문제까지 연결될 수 있는 불안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 이로 인해 법적 권리를 행사하는 선택 자체가 또 다른 위험이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특정 사건의 특수성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본다. 법은 형식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이 핵심이다. 따라서 ‘법 앞의 평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문제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이 책은 외국인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의 법 감각을 드러낸다. 공정이란 무엇인지, 권리는 누구에게 어떻게 보장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사건을 따라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개별 사례를 넘어서 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문제는 외국인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법과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이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순간, 그 기준은 사회 전체의 기준으로 환원된다. 결국 이 기록은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법이 누구를 기준으로 설계되고 적용되는지를 묻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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