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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들지 않았지만 전쟁 한가운데 있었다, 『A 부대』 (최수영, 현북스)

전쟁은 소년을 어떻게 바꾸는가

장세환2026년 4월 9일 오후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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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대.jpg출판사 제공

전쟁을 말할 때 우리는 흔히 전투를 떠올린다. 총성과 전략, 승패의 기록들. 그러나 『A 부대』는 그 익숙한 시선을 비켜 선다. 이 소설이 따라가는 것은 총을 들지 않은 소년, 열다섯 살 진구의 몸이다.

1950년 한국전쟁. 진구는 ‘지게 부대’에 끌려간다. 군번도 계급도 없는 채, 그는 매일 탄약과 식량, 의약품을 짊어지고 고지로 오른다. 전투에 참여하지 않지만, 포탄이 쏟아지는 길을 그대로 통과해야 하는 또 다른 전쟁의 당사자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버티는 몸’이 있다. 무거운 짐에 짓눌린 어깨,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지, 해가 지기 전에 내려와야 하는 시간의 압박. 전쟁은 총보다 먼저 몸을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 몸 위에 두려움과 죄책감, 상실이 차곡차곡 쌓인다.

진구는 그 속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함께 짐을 나르는 동료들, 야전병원의 간호사들, 그리고 적으로 불려야 하는 또 다른 소년. 그 관계들은 단순한 우정을 넘어서 묻는다. 전쟁 속에서 ‘적’이라는 말은 과연 어디까지 유효한가.

이 소설이 더 깊어지는 지점은 전쟁이 끝난 이후다. 휴전은 선언되지만, 소년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안도가 아니라 또 다른 질문이 된다. 왜 나는 살아남았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A 부대』는 전쟁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보여준다. 옳고 그름이 지워진 자리에서 오직 ‘살아남는 것’만이 기준이 되는 세계를. 그리고 그 세계를 통과한 한 소년의 내면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조용히 따라간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총성이 멎은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 몸에 남은 감각과 마음에 남은 흉터를 통해 전쟁은 여전히 현재형으로 남는다.

책을 덮고 나면, 질문 하나가 오래 남는다.
전쟁이 끝났다는 말은, 과연 누구에게 해당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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