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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며 나를 내려놓다, 『산중일기』 (이수오, 시와함께 넓은마루)
높이를 향한 걸음이 아니라, 안쪽으로 향한 사유의 기록
출판사 제공
사람들은 산에 오르는 이유를 묻는다. 더 높은 곳에 서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더 멀리 보기 위해서일까. 『산중일기』는 그 질문을 뒤집는다. 산은 올라가는 곳이 아니라, 내려놓는 곳이라고 말한다.
이수오 시인의 『산중일기』는 수십 년간 이어진 산행의 기록이자, 삶을 향한 사유의 여정이다. 단순한 풍경 묘사가 아니라, 산이라는 공간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는 시집이다.
이 시집에 실린 110편의 시는 각기 다른 산과 계절, 그리고 시간 속에서 길어 올린 생각의 결을 담고 있다. 산정에 서서 바라본 풍경, 계곡의 물소리, 바람과 구름의 움직임까지. 자연은 배경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 등장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등산’이 아닌 ‘득산’이라는 개념이다. 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산을 통해 무엇을 얻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시인은 산을 오르며 자신을 비워내고, 그 비움 속에서 삶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
이 과정에서 산은 하나의 상징으로 확장된다. 자연이자 우주, 자유와 도덕의 원형, 그리고 구원의 장소. 시인은 산을 통해 인간이 잃어버린 감각과 태도를 되짚는다. 빠르게 소비되는 일상과 달리, 산의 시간은 느리고 깊다.
또한 이 시집은 개인의 체험을 넘어 공동의 기억을 품는다. 한국의 다양한 산과 그곳에 깃든 역사와 전설이 함께 어우러지며, 시는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
결국 『산중일기』는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얻기 위해 오르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내려놓지 못해 계속 무거운가.
산을 내려온 뒤에도 그 질문은 오래 남는다.
어쩌면 가장 먼 길은, 바깥이 아니라 안쪽으로 향하는 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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