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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익숙했던 일상이 서서히 낯설어지는 순간, 이야기는 조용히 균열을 드러낸다. 『기억의 집』은 치매라는 현실을 통해 한 가족이 함께 겪는 시간과 감정을 담아낸 그림책이다.
사자 씨와 토끼 씨의 평온한 일상은 어느 날부터 어긋나기 시작한다. 길을 잃고, 기억이 흐려지고,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변화가 이어진다. 이 과정은 단순한 병의 진행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가 흔들리는 경험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치매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시간’으로 바라본다. 기억을 잃어가는 존재의 불안뿐 아니라, 곁을 지키는 이의 피로와 죄책감, 감정의 균열까지 함께 담아낸다. 돌봄의 현실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관계의 지속성을 놓치지 않는 시선이 특징이다.
연필선으로 쌓아 올린 화면은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차분하고 절제된 이미지 속에서 인물의 변화와 내면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독자는 이야기의 감정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게 된다.
특히 “기억이 사라지면 그 사람은 여전히 그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물음으로 남는다. 치매를 단순한 질병이 아닌 정체성과 존재의 문제로 확장시키는 지점이다.
보림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이 작품은, 한 개인의 경험을 넘어 우리 사회가 마주한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 이야기는 답을 제시하기보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끝까지 붙잡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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