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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어야 할 것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복숭아는 아직이다』 (효정, 필름)
버티는 하루의 감각을 문장으로 건져 올린 도시 생존 기록
출판사 제공
밤이 끝났다고 믿고 싶던 순간이 지나도 아침은 아무렇지 않게 도착한다. 그 사이에서 사람은 조금씩 무너졌다가, 또 아무 일 없는 얼굴로 하루를 이어간다. 이 반복 속에서 무엇이 사람을 붙잡는지, 그 질문이 조용히 책장을 밀어 올린다.
음악과 문장을 엮어 일상을 기록해 온 창작자 효정은 플레이리스트로는 다 담아내지 못했던 감정들을 문장으로 끌어올린다. 도시에서 살아남는 방식, 사랑이 남긴 흔적, 남겨진 사람들의 시간까지 다섯 개의 흐름으로 나뉜 기록은 각기 다른 장면을 지나면서도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모인다. 하루를 버티는 감각, 그 자체다.
이 책의 문장은 거창한 결론을 향해 달려가지 않는다. 대신 구체적인 감각으로 멈춰 선다. 젖은 신발 밑창의 무게, 어금니로 삼키는 말들, 입금 전후로 달라지는 얼굴 같은 장면들이 이어지며 설명 대신 체감을 남긴다. 삶은 해석되기보다 먼저 견뎌지는 것이라는 사실이 문장 사이에서 천천히 드러난다.
관계 역시 정리되지 않은 채 흘러간다. 붙잡지 못한 마음, 끝났다는 걸 알면서도 들여다보는 흔적, 사라진 뒤에야 또렷해지는 시간들. 사랑은 효율과 거리가 멀고, 그 비효율 속에서 사람은 자신을 조금씩 다시 알아간다. 감정은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겹쳐지며 남는다.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거창한 희망이 아니라 사소한 것들이다. 제철 과일 하나, 비 온 뒤의 공기, 식탁 위에 놓인 따뜻한 온기. 무너지지 않겠다는 다짐 대신, 오늘을 넘기는 감각이 이어진다. 그 반복 속에서 삶은 완성되지 않고, 다만 계속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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