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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장면을 끝까지 따라가게 만든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 (뤼카스 레이네벌트, 이진 옮김, 비채)
상실 이후 왜곡된 감정과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든 서사
출판사 제공
한 소녀가 농장 주변을 뛰어다니며 자신을 새라고 부른다. 까마귀라고, 왜가리라고, 누군가 두려워할 존재라고 말하다가 풀밭에 쓰러진다. 웃음과 정적이 뒤섞인 이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뤼카스 레이네벌트는 이전 작품에서 상실 이후의 감정을 밀도 있게 다뤄왔고, 이번 소설에서는 그 균열이 더 깊은 방향으로 이어진다. 중심에는 보호받지 못한 아이가 놓여 있다. 무관심한 환경 속에서 자라난 인물은 감정의 방향을 스스로 정리하지 못한 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균형을 잃는다.
서사는 사건보다 감정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타인에게 향하는 애정이 곧바로 파괴적인 형태로 뒤집히는 순간들, 사랑과 미움이 동시에 증폭되는 상태가 반복된다. 한 장면에서는 자신의 몸을 스스로 훼손하는 선택이 등장하고, 그 행동이 단순한 충동이 아니라 내면의 균열에서 비롯된 결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관계는 보호가 아니라 침투의 형태로 나타난다. 취약한 상태의 인물을 향해 다가오는 시선은 돌봄과 통제의 경계를 넘나들고, 그 안에서 감정은 점점 왜곡된다. 인물은 자신을 설명하려 하지만, 언어는 자주 뒤틀린다. 벽지에 남겨진 문장처럼 가까이 다가가야만 읽히는 말들이 이어진다.
작가는 사건을 크게 확대하지 않는다. 대신 반복되는 장면을 통해 감정의 압력을 누적시킨다. 평범해 보이는 공간, 농장과 집, 일상의 풍경이 서서히 불안정한 상태로 변해간다. 독자는 특정 사건이 아니라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게 된다.
해 질 무렵, 바람에 잠옷이 흔들리고, 벤치 위에 올라선 인물이 자신을 스스로 규정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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