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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버틴 시간이 한 사람의 얼굴이 되다, 『우리의 뒷모습은 시간을 닮는다』 출간(윤용철, 소울앤북)

출판 현장과 삶의 상처를 함께 통과한 한 출판인의 회고와 성찰

장세환2026년 3월 24일 오후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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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뒷모습은 시간을 닮는다.jpg출판사 제공

한 사람이 오래 붙들고 살아온 것이 끝내 그 사람의 문장이 되는 경우가 있다. 윤용철의 『우리의 뒷모습은 시간을 닮는다』는 바로 그런 경우에 가까운 책이다. 출판 현장을 오래 지켜온 저자가 지나온 시간과 사람, 고향과 가족, 실패와 그리움을 한 권에 모아놓은 회고록이자 산문집이다.

이 책의 바탕에는 화려한 성공담보다 오래 견딘 시간의 무게가 놓여 있다.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업과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출판 현장을 거치며 사업의 굴곡과 삶의 상실을 통과한 한 사람의 시간이 문장으로 정리됐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지나간 날을 정리한 자서전이라기보다, 한 생애가 무엇으로 남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기록에 가깝다.

수록된 글들은 어머니와 아버지, 고향과 형제, 떠나보낸 사람들, 나이 듦과 은퇴, 예술과 음악, 그리고 책 곁에서 보낸 세월을 두루 건드린다. 제목만 놓고 보면 단상처럼 보이지만, 한 편 한 편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인생이 하나의 정서로 이어진다.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것은 그리움이다. 다만 그 감정이 눅진한 회상에 머물지 않고, 지금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질문으로 옮겨간다는 점이 이 책의 결을 만든다.

윤용철의 문장은 감성에 기대면서도 흐리지 않는다. 삶을 지나치게 미화하지 않고, 그렇다고 냉소로 밀어붙이지도 않는다. 실패와 상실, 미처 하지 못한 말, 놓쳐버린 시간까지도 담담한 호흡으로 적어 내려간다. 그 결과 독자는 타인의 회고를 읽으면서도 어느 순간 자기 기억을 더듬게 된다.

특히 출판인으로 살아온 이력이 책 전체에 은은하게 배어 있다. 책과 문장, 편집과 시간에 대한 감각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이 회고록은 단순한 신변 기록을 넘어선다. 한 시대의 출판 현장을 곁눈질하게 하고, 동시에 기록한다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만든다. 삶을 살아내는 일과 문장을 고쳐 쓰는 일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우리의 뒷모습은 시간을 닮는다』는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에게 속도를 늦추라고 말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지나온 시간을 천천히 돌아보라고 권한다. 돌아보는 일이 곧 주저앉는 일이 아니라, 다음 문장을 쓰기 위한 준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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