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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역을 붙잡은 마지막 기록 『죽도록 보고 싶으면 기차를 타자』 출간(박해수, 부카)
멈춘 공간에 남겨진 시간과 기억을 따라가는 유고 시집
출판사 제공
기차는 떠나는 사람보다 남겨진 감정을 더 오래 실어 나른다. 박해수의 시는 그 감정이 머무는 자리, 간이역을 향한다.
유고시집 『죽도록 보고 싶으면 기차를 타자』는 북한 지역 간이역을 배경으로 한 시편들을 묶은 책이다. 지도 위에서조차 흐릿해진 이름들,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역들이 시 속에서 다시 불린다. 멈춘 장소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시간과 기억이 겹겹이 쌓여 있다.
박해수는 ‘바다의 시인’으로 불리던 시기에서 출발해, 이후 사라져가는 간이역을 기록하는 작업으로 시 세계를 확장했다. 「바다에 누워」로 널리 알려진 이후, 그는 공간 자체보다 그 공간에 깃든 정서를 붙드는 방식으로 시선을 옮겨갔다. 간이역은 그 변화의 중심에 놓인 소재다.
이 시집에서 역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멈춰 있는 장소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지나간 시간과 관계가 계속 흐른다. “이승의 잔주름” 같은 표현은 풍경을 설명하기보다, 그 자리에 쌓인 삶의 흔적을 끌어올린다. 물소리와 노을, 달빛 같은 이미지 역시 현재의 장면이라기보다 지나간 시간을 환기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반복되는 어구는 이 시집의 또 다른 특징이다. “넘어갔네”, “헤매었으랴” 같은 표현은 리듬을 만드는 동시에,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감각을 강화한다. 기차가 떠난 뒤 남는 것은 이동이 아니라, 남겨진 감정이라는 점을 시는 집요하게 환기한다.
이 작업은 향수에 머물지 않는다. 간이역은 사라지는 공간이며, 동시에 닿을 수 없는 장소이기도 하다. 시인은 그 거리를 감상적으로 덮지 않고, 오히려 더 또렷하게 드러낸다. 시는 그렇게 기록이 되고, 사라질 풍경을 붙잡는 방식이 된다.
『죽도록 보고 싶으면 기차를 타자』는 어딘가로 떠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과,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감정을 오래 바라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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