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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다정한 문장, 『힘들면 그만해도 괜찮아』 (이용현, 인디콤)

정답만 강요하는 시대에 건네는 위로와 방향 전환의 용기

장세환2026년 3월 24일 오후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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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면 그만해도 괜찮아.jpg출판사 제공

모두가 같은 속도로, 같은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등을 떠미는 시대다. 멈추면 뒤처지는 것 같고, 다른 길을 택하면 실패한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이용현 신부의 신간 『힘들면 그만해도 괜찮아』는 조금 다른 말을 건넨다. 지금 가는 방식이 너무 버겁다면 자신을 몰아붙이기보다 다른 길을 찾아도 된다고, 삶은 한 줄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은 사제로 살아온 저자가 자신의 일상과 사목 현장에서 길어 올린 짧은 이야기들을 엮은 에세이다. 제목만 보면 단순한 위로의 문장처럼 들리지만,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예상보다 단단하다.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라, 같은 목표라도 다른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는 제안에 가깝다. 한 가지 방법에 매달리다 스스로를 망가뜨리기보다, 숨을 고르고 방향을 다시 살피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용현 신부는 자신의 실패와 망설임, 아픔을 숨기지 않는다. 학창 시절 수학 성적 때문에 좌절했던 경험, 재수학원 앞에서 마주한 “안 되면 하지 마라”라는 문구, 그리고 그 말을 “다른 방법을 찾아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던 시간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생각의 출발점이 된다. 저자는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버팀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용기라고 말한다.

책에는 이런 태도가 구체적인 생활의 언어로 풀려 있다. 특히 “마음에 제습기 하나씩 놓으셨나요?” 같은 글은 이 책의 결을 잘 보여 준다. 여름철 방 안의 습기를 방치했다가 결국 옷에 곰팡이가 피었던 경험을 통해, 사람의 마음에도 제습기가 필요하다고 풀어낸다. 상처와 우울, 짜증과 체념이 쌓이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점검하고 환기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활감 있게 전하는 대목이다.

그가 말하는 마음속 제습기는 거창하지 않다. 하루 10분 삶을 돌아보는 시간, 글쓰기, 자신을 다독이는 작은 습관 같은 것들이다. 유난히 큰 결심보다 작지만 반복할 수 있는 실천이 한 사람의 마음을 지탱한다는 믿음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문장은 훈계보다 고백에 가깝고, 설교보다 대화처럼 읽힌다.

책의 또 다른 축은 고통을 대하는 태도다. 저자는 아픈 사람에게 함부로 강해지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라고, 힘들면 힘들다고 인정하라고 권한다. 버티는 것만이 미덕이 아닌 세상, 울어도 되고 쉬어도 되는 삶의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난소암 투병 중인 어머니와의 이야기를 통해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큰 병 앞에서도 “지금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리겠지”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태도는 책이 전하는 위로의 바탕이 된다.

『힘들면 그만해도 괜찮아』는 거창한 인생론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오늘을 견디는 사람에게 필요한 말을 짧고 또렷하게 건넨다. 버티는 일만이 답은 아니며, 삶의 방향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나에게 맞는 길을 찾는 일 역시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라는 점을 차분히 일깨운다.

결국 이 책은 포기의 변명이 아니라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작은 전환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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