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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그린다는 일의 의미, 『내가 만든 초상화』 (강헌규, 오늘의문학사)

늙음과 가족, 인간과 사회를 통과하며 완성한 삶의 얼굴

한성욱2026년 3월 20일 오후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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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초상화.jpg출판사 제공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은 더 많은 것을 잃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이는 그 시간 속에서 오히려 더 또렷한 시선을 얻는다. 『내가 만든 초상화』는 늙음과 삶을 통과하며 스스로를 다시 그려나가는 한 시인의 기록이다. 겪어온 시간만큼 깊어진 시선이 일상과 인간을 새롭게 비춘다.

이번 시집은 다섯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늙음을 마주하며 배우는 용기에서 시작해, 자신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 아내와 가족을 향한 감정, 그리고 사회와 인간에 대한 성찰까지 흐름이 이어진다. 시인은 개인의 삶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시야를 넓혀 인간과 공동체를 함께 사유한다.

강헌규 시인은 오랜 교육 현장과 문학 활동을 병행해온 인물이다. 그의 시에는 학문적 깊이와 생활의 경험이 함께 녹아 있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늙음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이 끝내 마주하게 되는 시간의 문제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힘이 빠진 자리에서 오히려 더 솔직해지는 마음, 그 안에서 발견되는 삶의 의미가 시 속에 스며든다.

작품들은 거창한 사건보다 사소한 장면을 붙잡는다. 인사말 하나, 일상의 풍경 하나가 시가 되고, 그 안에서 인간관계와 감정의 결이 드러난다. 때로는 유머를, 때로는 연민을 통해 삶의 아이러니를 비춘다. 특히 가족과 아내를 다루는 시편에서는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관계의 무게와 따뜻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내가 만든 초상화』는 결국 한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작업이다. 그 얼굴은 젊음이 아닌 시간의 흔적 위에 완성된다. 살아온 시간만큼 깊어진 시선으로, 시인은 자신과 세계를 다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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