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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맛으로 기억하는 법, 『제철의 셰프』 (이미나, 장지영, 에이치비프레스)
24절기를 따라 완성되는 한 해의 부엌, 제철로 살아가는 감각
출판사 제공
시간은 흘러가지만, 계절은 몸에 남는다. 어떤 향과 맛, 그리고 손끝의 기억으로. 『제철의 셰프』는 그 감각을 되살린다. 빠르게 소비되는 음식이 아니라, 제철의 흐름을 따라 천천히 쌓아 올리는 한 해의 기록이다.
이 책은 화가 이미나와 요리사 장지영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제철 재료를 그림으로 담은 엽서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 뒤에 적힌 레시피와 함께 계절의 기록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모인 스물네 장의 편지는 24절기를 따라 구성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구성은 단순하지만 깊다. 입춘의 레몬 소금, 망종의 자두청, 상강의 땅콩호박 샐러드, 대한의 대파 수프까지. 각 절기마다 하나의 재료와 하나의 요리가 자리한다. 레시피는 복잡하지 않다. 오히려 덜어내는 방식에 가깝다. 제철 재료가 이미 충분한 맛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전하는 핵심은 요리가 아니라 ‘감각’이다. 레몬을 자를 때 퍼지는 향, 흙 묻은 연근을 씻으며 느끼는 계절의 온도, 겨울 저녁 대파 수프 한 그릇이 주는 느슨한 위로까지. 부엌은 단순한 조리 공간이 아니라 계절을 받아들이는 장소로 바뀐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시간을 저장하는 방식이다. 초여름 자두를 병에 담아두고, 겨울의 수프를 기억으로 남긴다. 그렇게 계절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 된다. 한 해를 기억하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으로 음식이 자리한다.
『제철의 셰프』는 거창한 요리 기술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의 계절을 놓치지 않는 태도를 이야기한다. 무엇을 더할지보다 무엇을 덜어낼지 고민하는 순간, 음식은 더 또렷해지고 삶의 리듬도 함께 정돈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계절은 더 이상 달력 위의 날짜가 아니다. 손으로 만지고, 입으로 기억하는 시간으로 남는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알맞은 시절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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