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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불운을 유머로 견디는 이야기, 『한낮의 불운』 신간 출 (베로니크 오발데, 다산책방)
우연과 실패, 상실을 산뜻한 유머로 풀어낸 연작소설집 2024년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작 국내 출간
출판사 제공
살다 보면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불운이 불쑥 찾아온다. 계획은 어긋나고, 뜻밖의 사건이 일상을 흔들며, 삶은 예측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프랑스 작가 베로니크 오발데의 연작소설집 『한낮의 불운』은 바로 그런 순간들을 가볍고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프랑스 문단에서 독특한 서사 감각으로 평가받아 온 오발데는 이 작품으로 2024년 공쿠르 단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소설집에는 여덟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 작품은 독립적으로 읽히지만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히며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른 작품에서는 이웃이 되거나 동업자로 등장하며, 퍼즐처럼 이어지는 인간 관계 속에서 삶의 다양한 단면이 드러난다. 서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겹쳐질수록 독자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삶은 평탄하지 않다. 대물림되는 불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자, 남편의 장례식을 치른 날 강도의 침입을 겪는 노인, 야망에 비해 너무 평범하게 태어났다고 느끼는 인물 등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이야기를 채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불운은 파국을 향한 장치로 사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의 또 다른 국면으로 이어지며, 인물들은 그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 간다.
작가는 삶의 부조리한 장면을 묘사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한 인물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미래에서 왔어.” 갑작스러운 선언은 황당한 상황을 만들어 내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를 은근하게 드러낸다. 또 다른 인물은 “타인의 삶에서 우리는 그리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통해 자기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시 세운다. 웃음을 유도하는 장면들 뒤에는 인간의 관계와 자의식에 대한 섬세한 통찰이 숨어 있다.
연작의 마지막에 이르면 인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웃음을 되찾는다. 이 작품이 말하려는 바는 거창한 위로나 교훈이 아니다. 불운은 삶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수 있으며, 기쁨과 슬픔은 한 삶 안에서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가볍게 읽히지만 오래 마음에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프랑스 문학 특유의 유머와 섬세한 감정선이 어우러진 『한낮의 불운』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포착하는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다. 우연과 불운이 반복되는 세계 속에서도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는 사실을, 이 소설집은 조용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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