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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주름을 다독이는 순수서정, 『포말이 된 가슴』 (유해상, 시와사람)
일상의 상처를 긍정으로 건져 올린, 휴머니티의 항로
출판사 제공
바다에 부서진 거품은 사라지는 대신, 잠깐의 빛으로 남는다. 유해상 시인의 시집 『포말이 된 가슴』은 그 순간의 빛을 붙들어 삶의 이면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순수서정파로 불리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태생과 가족, 사회와 직장 속에서 겪어온 서사적 에피소드를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자세로 긍정의 방향으로 끌어올린다. 삶이 남긴 상흔을 감추는 대신, 그 상흔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묻고, 끝내 다정한 언어로 봉합하려는 태도가 시집 전반을 이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의 섬세함이다. 「눈썹달」은 컵 속에 담근 어머니의 틀니라는 구체적 사물을 통해, 노년의 통증과 외로움, 그리고 자식이 느끼는 처연함을 한 번에 끌어낸다. 「고금대교 장인」에서는 세상을 떠난 장인을 잊지 못해 집을 돌보는 마음이 연민으로 번지고, 바다의 이미지와 겹치며 ‘내리사랑’과 ‘치사랑’의 결을 동시에 드러낸다. 개인적 기억이 한 집의 풍경을 넘어, 누구에게나 닿을 수 있는 상실의 언어로 확장되는 대목이다.
시집의 다른 한 축은 ‘지금’이라는 시간에 대한 자각이다. 「골든타임」에서 드러나는 긴박한 일상 감각은, 쫓기듯 살아온 삶이 결국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되돌려 묻는다. 동시에 유해상 시는 무거움만을 끌어안지 않는다. 「북을 돋다 퇴직이후」처럼 퇴직 뒤의 시간을 정원사의 손길로 비유하며, 한 사람의 삶이 끝나지 않았음을 조용히 확인한다. 「빛바랜 구두」는 아끼는 물건을 살피는 습관 속에 숨은 심리를 드러내며, 소소한 물건 하나가 마음의 안전장치가 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 책이 남기는 인상은 ‘서정의 수직’과 ‘휴머니티의 수평’이 함께 놓여 있다는 점이다. 시인의 서정은 나목처럼 우듬지로 뻗어가며 고독과 상실, 기억을 맑게 세운다. 동시에 그 멀리에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배가 떠 있다. 이 시집에서 서정이 향발이라면, 휴머니즘은 목적지다. 결국 『포말이 된 가슴』은 거창한 구호 대신, 어머니의 컵, 장인의 바다, 퇴직 후의 정원 같은 구체적 장면으로 삶의 의미를 되살리는 시집이다. 바람이 거칠수록 포말이 더 하얗게 부서지듯, 삶이 버거울수록 이 시집의 언어는 더 소박한 위로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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