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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뒤에도 계절은 돌아오고, 『아버지를 업고』 신간 출 (채길우, 난다)
49편의 시가 지나간 자리에서 다시 불러내는 아버지의 시간
출판사 제공
부재는 어느 날 갑자기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계절이 한 번 더 돌아오면서, 비로소 선명해진다. 채길우의 시집 『아버지를 업고』는 아버지가 떠난 뒤에도 반복되는 하루와 계절을 따라가며, 남겨진 사람이 무엇을 붙들고 살아가는지 조용히 기록한다.
이번 시집은 0부로 시작해 0부로 끝난다. 처음의 제목은 평범, 마지막의 제목은 사랑이다. 그 사이에는 가을과 겨울, 봄과 여름이 놓인다. 기일의 냄새와 푸른 향이 스치는 가을, 시린 침묵과 성긴 어둠이 길어지는 겨울, 사진 속 아버지를 다시 떠올리는 봄, 손샅으로 새어 나오는 흐느낌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여름까지, 시는 계절의 질감으로 상실의 시간을 붙잡는다.
시가 붙드는 대상은 거창한 서사가 아니다. 발소리, 호흡, 거울 앞의 정적, 제사의 기척 같은 일상적인 장면들이 쌓이며 관계의 무게를 만든다. 아버지를 부르고, 다음 시에서는 그 없이 하루를 보내는 방식으로 시는 한 걸음씩 앞으로 간다. 그 반복은 무심함이 아니라 생존의 리듬에 가깝다.
대표작으로 알려진 직립은 뒤에서 자전거 짐받이를 붙잡아 주던 손을 떠올린다. “손 놓으면 안 돼”라는 문장이 계속 돌아오는데, 끝내 대답은 들리지 않는다. 멈춰 섰을 때 깨닫는 것은 혼자서도 너무 멀리 와 있다는 사실이다. 지탱해 주던 존재를 잃은 뒤에야 몸이 기억하는 거리감이 드러난다.
시집에는 49편의 시와 채길우의 편지가 함께 실렸다. 말이 때로는 자신과 상대를 안심시키기 위한 속임수에 가깝다는 자각을 품고도, 그는 결국 말을 건다. 상실의 시간 속에서 말은 완전한 해답이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이 겨우 이어 붙이는 하루의 방식처럼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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