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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건너온 사람의 그림과 문장, 『완벽한 하루』 신간 출간 (고은희, 삶창)

“삶은 모른다”에서 시작되는 기록

장세환2026년 2월 24일 오후 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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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하루.jpg출판사 제공

심리상담사로서 타인의 상처를 오래 들여다보아 온 고은희는 어느 날, 정작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암수술 3번, 항암 12번, 방사선 30번. 생사의 경계를 오가며 통과한 시간 끝에서 그가 붙든 문장은 단순하다. “삶은 모른다.” 『완벽한 하루』는 이 고백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거창한 극복 서사가 아니다. 미래를 통제하려는 조급함 대신, 오늘 하루를 견디고 살아내는 태도를 담담하게 적는다. 절에 들어가 비우겠다던 사람이 트럭 가득 짐을 싣고 나왔다는 일화에서, 저자는 자신의 마음에도 “1톤 트럭”을 대기시켜야겠다고 말한다. 비움과 간절함, 수행과 욕망이 뒤섞인 인간의 속내를 해학적으로 비춘다.

어린 시절 엄마의 새벽 발자국, 목탁으로 맞았다는 농담 섞인 고백, 소아암 병동에서 마주한 아이들 앞에서 무너졌던 억울함. 짧은 단상들은 법어처럼 간결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깊은 체험이 깔려 있다. “용서해라”라는 말이 때로는 또 다른 폭력일 수 있다는 통찰, 통제권을 되찾는 과정으로서의 선택, 흘러가도록 두라는 명상적 태도는 상담사이자 생존자의 시선에서 나온다.

그림은 서툴다. 그러나 그 서툼이 오히려 솔직하다. 고은희는 그림과 글을 통해 애도의 시간을 건넌다. 엄마를 향한 그리움, 요가와 여행의 순간, 이웃과의 연결 속에서 자신을 다시 세운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연대기이자 영적 탐구의 기록이며,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이후의 삶을 용서와 화해, 때로는 웃음으로 풀어낸 에세이다.

속도와 성과를 좇는 일상 속에서 『완벽한 하루』는 잠시 숨을 고르게 한다. 상처받은 존재들이 스스로를 치유하며 세상을 지탱한다는 믿음, 그리고 지나온 날도 지금도 앞으로도 “모든 순간 다 완벽한 하루”라는 다짐을 조용히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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