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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지는 몸, 커지는 마음, 『할머니』 (패트리샤 라이언, 안나 마르그레테 키에르고르 그림, 김영선 옮김, 재능출판)

나이 듦을 웃으며 바라보는 시선

장세환2026년 2월 23일 오후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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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jpg출판사 제공

정원에 꽃이 피어 있는 집에서 고양이 밀리와 살아가는 할머니가 있다. 손주 마리아를 만날 때마다 “그새 이만큼 컸구나!” 하고 놀라던 할머니는 어느 순간 깨닫는다. 아이가 커지는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빠르게 자신이 조금씩 작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할머니』는 바로 그 깨달음에서 이야기를 풀어 간다.

헐렁해지는 옷, 흘러내리는 모자, 잘 보이지 않는 눈, 예전 같지 않은 귀와 이, 자꾸만 흔들리는 균형 감각. 몸은 쉼 없이 변하지만, 할머니는 그 변화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거울 앞에서, 일상 속에서,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빙긋 웃는다. 오래 살아온 사람이 지닌 여유와 다정함이 그 웃음에 담긴다.

그림은 안나 마르그레테 키에르고르의 수채화로 채워졌다. 번지고 스며드는 색감, 붓질의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화면은 할머니의 하루를 조용히 따라가게 한다. 할머니가 점점 작아질수록 고양이 밀리는 커다란 존재처럼 보이지만, 손녀 곁에 서면 다시 평범한 고양이로 돌아온다. 시선과 거리의 변화가 ‘나이 듦’이라는 주제를 부드럽게 드러낸다.

이야기는 상실을 암시하지만 과장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것들에 더 오래 머문다. 고양이의 눈빛,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시간, 누군가를 돕고 싶어지는 마음. 마지막 장면에서 할머니는 별이 가득한 하늘과 하나가 된다. 작아졌던 존재는 오히려 우주만큼 넓어진다.

『할머니』는 나이 듦을 슬픔이나 두려움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몸은 작아질지라도 마음은 여전히 넉넉하다는 사실, 그리고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조용히 일깨운다. 아이에게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어른에게는 지나온 시간을 다정하게 돌아보는 여유를 건네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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