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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속에서 건져 올린 침묵의 언어, 『소음』 (정옥균, 시와문화사)

박목월 추천으로 등단한 목회 시인의 첫 시집, 절제된 언어로 시대와 신앙을 묻다

장세환2026년 2월 5일 오전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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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jpg출판사 제공

시인은 오랫동안 말해 온 사람이었다. 강단 위에서, 기도의 자리에서, 그리고 사회의 한복판에서. 그러나 정옥균의 첫 시집 『소음』은 오히려 말이 줄어든 자리에서 시작한다. 시집의 제목이 ‘소음’인 이유도 그 역설에 닿아 있다. 세상이 지나치게 시끄러워질수록, 시인은 더 낮은 목소리를 택한다.

1984년 박목월의 추천으로 월간 《심상》을 통해 등단한 정옥균은 신학을 공부하고 수십 년간 목회자로 살아왔다. 그 긴 시간 동안 쌓인 사유는 이 시집에서 직접적인 설교나 찬미로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소금, 돌, 새벽, 어머니, 택시 운전사 같은 구체적인 이미지로 말을 건넨다. 시어는 절제되어 있고, 이미지는 또렷하다. 그 안에서 하느님은 전면에 등장하지 않지만, 세계를 향한 온유함과 정의의 감각은 분명히 감지된다.

1부 ‘소금’ 연작에서부터 5부 ‘새벽 기도’에 이르기까지, 시인은 일상의 풍경과 신앙인의 내면을 겹쳐 놓는다. 사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의 과잉으로 흐르지 않고, 신앙을 말하면서도 섣부른 확신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침묵에 가까운 언어로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는 오히려 지금의 시대와 또렷하게 맞닿는다.

『소음』은 첫 시집이지만 늦게 도착한 시집이다. 그만큼 서두르지 않고, 삶의 무게를 감당한 뒤에야 건네는 말들이 담겨 있다. 시끄러운 시대 한가운데서, 이 시집은 조용히 묻는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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