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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진 날개는 숨기라고만 배웠다, 『구겨진 날개를 꺼내』 (노란몽, 오도카니)

30년 편집자의 퇴직 후 기록, 사진으로 꺼낸 삶의 비상

장세환2026년 1월 12일 오전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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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진 날개를 꺼내.jpg출판사 제공

남의 원고를 받아 책으로 엮는 일은 익숙했지만, 내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늘 뒤로 미뤄뒀다. 30년 가까이 직장에 몸을 묶어 둔 극내향형 편집자가 퇴직 뒤, 깊숙이 접어 넣었던 꿈을 사진과 문장으로 다시 펼쳤다. 노란몽의 사진 에세이 『구겨진 날개를 꺼내』가 오도카니에서 나왔다. 하루를 버티는 사람에게 왜 지금 이 책이 필요한지, 저자는 조용한 목소리로 답한다.

살다 보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매일 반복하며 자신을 깎아 넣는 시간이 길어진다. 숨이 턱 막히는 일정과 의미가 흐릿한 업무가 계속되면, 마음은 어느새 무뎌진 채로 굳는다. 이 책은 그 굳은 마음을 억지로 흔들지 않는다. 대신, 누구나 한 번쯤 숨겨 둔 “구겨진 날개”를 스스로 찾게 만든다.

노란몽은 대학 졸업 뒤부터 써 온 27권의 일기장을 근거로, 직장 생활의 틈에서 건져 올린 문장과 사진을 추려 한 권으로 다듬었다. 반짝였다가 사라지는 찰나, 식어 가는 마음을 다시 붙드는 순간, 느리게 걸을 때만 보이는 풍경이 책의 결을 만든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라는 선언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오늘을 다시 살아 보자는 작은 약속처럼 읽힌다.

사진은 화려한 성취를 과시하지 않고, 견디는 일상의 표정을 오래 붙잡는다. 저자는 멈춘 듯한 시간 속에서도 따뜻한 흐름이 계속된다고 말하며, 늙어 가는 몸과 마음의 무늬를 부끄러움 대신 아름다움으로 다시 바라본다. “요즘은 살아있는 모든 것에 울컥한다”는 문장은, 자기 삶을 남의 기준으로 재단하느라 놓쳤던 감각을 되찾는 대목에서 힘을 얻는다.

결국 이 책이 건네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더 빨리, 더 크게가 아니라, 작게 느리게 조용하게 살아도 분명히 비상할 수 있다는 것. 책을 덮고 나면, 옷장 맨 아래 서랍에 오래 숨겨 둔 무엇을 꺼내야 할지 독자 스스로 알게 된다.

오늘의 당신이 꺼내 든 날개가, 내일의 길과 흐름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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