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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가장자리에 남은 이름들을 시로 데운다 『고려인 만두』 출간(박태건, 걷는사람)

군산과 익산, 고려인 마을을 오가며 건져 올린 연대의 언어

장세환2026년 1월 2일 오전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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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만두.jpg출판사 제공

만두는 배를 채우는 음식이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생애를 닮은 형태로 김을 올린다. 박태건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고려인 만두』는 그 따뜻함을 빌려, 이름 없이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을 조용히 불러낸다. 시집은 군산과 익산, 고려인 마을을 오가며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를 잇고, 밀려난 존재들의 삶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은 채 정직하게 바라본다.

이번 시집의 중심에는 ‘호명’이 있다. 역사와 제도, 편견의 틈바구니에서 늘 뒤로 밀려나던 얼굴들을 시가 한 사람씩 앞으로 데려온다. 밥상과 시장, 성당과 강 같은 생활의 풍경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인은 거창한 사건 대신, 말이 적은 자리에서 더 선명해지는 감정과 관계를 포착한다.

시집은 낮은 목소리로 기도와 기다림의 윤리를 묻는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시간, 고려인들의 말 없는 하루, 떠나야 했던 사람들의 귀향과 이별이 한 문장씩 이어지며, ‘연대’가 구호가 아니라 생활의 자세로 드러난다. 흔들림을 실패로 몰지 않고, 살아 있음의 징후로 받아들이는 태도도 시집의 톤을 단단하게 만든다.

4부로 구성된 시편들은 남쪽의 바람과 항구의 냄새, 마을의 골목과 유적지의 침묵을 지나며 독자를 끌고 간다. 그 여정에서 시는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지금 흔들리는 것은 살아 있기 때문”이라는 문장처럼, 버티는 몸의 감각을 독자의 손바닥에 남겨 둔다.

『고려인 만두』는 커다란 선언으로 세상을 바꾸려 들지 않는다. 다만 가장 낮은 자리에서 건네는 위로가 어떤 온도로 오래 남는지, 그리고 시가 사람을 다시 사람 쪽으로 돌려세우는 힘이 있는지 조용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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