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출판사 제공
요정은 어디에 있을까. 보이지 않는다고 없다고 말해도 될까. 그림책 『앤과 할아버지의 요정 도감』은 아이가 품은 질문을 할아버지의 대답으로 받쳐 세우며, 잊고 지낸 상상력의 문을 다시 연다. 담요 아래의 비밀 기지처럼 사소한 풍경이 한순간에 모험이 되는 감각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 책의 시작은 단순하다. 앤이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요정이 정말 있어?” 할아버지는 앤을 무릎에 앉히고 자신이 오랫동안 만들어 온 요정 도감을 펼친다. 집 안 곳곳의 들꽃 장식과 손그림은 ‘믿음’이 아니라 ‘관찰’의 시간이 쌓여 만든 기록처럼 보인다.
이야기는 제비꽃 요정 비비와의 만남으로 깊어진다. 태풍이 몰아치던 밤, 할아버지는 비바람을 견디던 작은 존재를 방으로 들여 재우고 아침 식사까지 챙긴다. “너희는 요정을 믿니?”라는 물음은 판타지의 장치가 아니라, 누군가를 함부로 밀어내지 않으려는 마음의 태도에 가깝게 울린다.
여기에 엄마의 어린 시절이 겹쳐진다. 지금의 엄마는 할아버지가 앤에게 거짓말을 한다며 다그치지만, 한때는 태풍이 무서워 베개를 끌어안고 아빠에게 달려가던 아이였다. 현재와 과거가 맞닿는 순간, 가족 안에서 잊힌 기억이 되살아나고, 요정은 ‘아이만의 세계’가 아니라 ‘세 사람이 공유하는 순간’으로 확장된다.
작품은 결말로 달려가기보다, 독자가 직접 세상을 다시 보게 만든다. 요정을 보는 법을 소개하고, 자기만의 요정 도감을 만들어보라고 손을 내민다. 어른에게는 굳어버린 시선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아이에게는 “세상은 아직 넓다”는 감각을 선명하게 건넨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상상하는 일이 결국 오늘의 풍경을 더 다정하게 바꾸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