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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이주여성의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 그러나 늘 번호와 서류로만 남겨지던 하루를 시가 다시 사람의 얼굴로 돌려놓는다. 강원이주여성상담소 소장으로 현장을 지켜온 탁운우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당신의 왼쪽은 나의 오른쪽』을 펴냈다. 시집은 변방에 놓인 존재들의 삶을 미려한 수사 대신 담담한 문장으로 기록하며, 시가 누구에게,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정면으로 묻는다.
이번 시집에서 ‘왼쪽’과 ‘오른쪽’은 방향이 아니라 관계의 거리다. 누군가의 왼쪽이 다른 누군가의 오른쪽이 되는 순간, 삶의 균형은 어긋나고 제도는 그 어긋남을 보지 못한 척 지나간다. 시집은 그 틈을 ‘경’이라는 연작으로 좁혀 들어간다. 이름, 비닐, 시선, 체류, 경계, 손, 숙소, 번호, 표정, 증언, 소송 같은 단어들이 한 편 한 편의 제목이 되어, 일상을 둘러싼 현실의 구조를 드러낸다. 삶이 멈추는 지점이 어디인지, 말이 막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시는 그 원인을 과장 없이 따라간다.
시집의 구성은 ‘우리의 왼쪽’에서 ‘너의 오른쪽’으로 건너가며, 결국 ‘나의 서정’으로 돌아온다. 여기서 ‘나’는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함께 걸어온 사람들의 시간에 기대 선 목소리다. 시인은 ‘헌사’라는 말로 이 시집의 출발점을 밝히며, 여러 이름의 이주여성들과 함께 걸어온 사유가 자신의 문장을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기록은 동정이 아니라 연대의 방식이며, 시는 누군가의 상처를 낭만화하지 않고 “삶을 삿됨 없이” 남기는 자리로 되돌아간다.
『당신의 왼쪽은 나의 오른쪽』은 거창한 선언 대신, 현실의 문장과 서류의 문장을 끌어와 시의 언어로 재배치한다. 법원으로 가는 길, 사실 확인서, 이력서 같은 삶의 문서들이 시 속에서 다시 읽히며, 우리가 외면해온 얼굴들이 ‘H, K, M, P, Q’ 같은 기호로 호출된다. 시는 그 기호를 냉정하게 두지 않고, 한 사람의 하루로 복원한다.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반복되는 실패와 불안을 직시하면서도, 끝까지 “살아남기”를 향한 기도를 놓지 않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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