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노년의 몸은 왜 더 가난해지는가,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출간(디디에 에리봉, 문학과지성사)
어머니의 마지막 시간을 따라가며 돌봄과 계급, ‘노인’의 정치까지 묻는 사회적 전기
출판사 제공
『랭스로 되돌아가다』로 노동계급의 기억을 정면으로 다뤘던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이 이번에는 어머니를 중심에 놓는다.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은 한 서민 여성의 삶과 갑작스러운 죽음을 따라가며 노년과 돌봄, 공공 요양의 현실을 사회 구조의 문제로 확장한다. 개인의 회고에서 출발하지만, 계급과 젠더, 나이 듦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인간의 취약성이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는지를 묻는다. 번역은 이상길이 맡았고, 문학과지성사가 출간했다.
책의 출발점은 ‘애도의 기록’이지만, 결론은 ‘사회적 전기’다. 저자는 하녀, 공장노동자, 지방 도시의 연금 생활자로 이어지는 어머니의 궤적을 따라가며, 선택처럼 보이던 장면들이 사실은 계급이 허락한 좁은 길에서 반복돼 왔음을 드러낸다. 삶을 바꾸지 않기로 스스로를 설득하게 만드는 힘이 무엇인지, 그 체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질문을 밀어붙인다.
핵심은 노년의 ‘몸’이 제도와 맞부딪힐 때 드러나는 불평등이다. 질병과 통증, 자율성의 상실은 누구에게나 닥치지만, 그 고통을 견디는 조건은 균등하지 않다. 공공 요양의 환경, 돌봄 인력과 시스템의 빈틈, 보호받지 못한다는 감각이 한 사람의 존엄을 얼마나 빠르게 무너뜨리는지, 저자는 어머니의 경험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점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는 문장은 남의 일이 아니라는 불안을 독자에게 그대로 건넨다.
이 책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 가운데 하나는 ‘수치심’이다. 노화로 인해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찾아오는 감정은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타자의 시선과 제도의 언어가 만들어내는 효과로 읽힌다. 저자는 자신이 겪어온 낙인 경험과 어머니의 노년이 교차하는 지점을 비춘다. 사회가 특정한 몸을 ‘부끄러워해야 할 몸’으로 만들 때, 사람은 자신의 세계에 갇히고 관계는 더 좁아진다.
논의는 개인의 집을 넘어 ‘노인’이라는 집단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로 확장된다. 책은 노인이 스스로 말하기 어려운 집단이 되는 구조를 짚으며, 누가 대신 말하고 대표할 것인지, 대변이 어떻게 정치가 되는지까지 묻는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눈물의 정치성’은, 사라지는 이름을 다시 부르는 일이 공공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