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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 여자와 못 죽이는 킬러의 기묘한 동행, 『다프네를 죽여줘』 출간(플로랑스 멘데즈, 반타)

우울증·자살·청부살인을 블랙코미디로 비튼 프랑스 스릴러

장세환2025년 12월 16일 오후 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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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를 죽여줘.jpg출판사 제공

프랑스의 코미디언이자 사회운동가 플로랑스 멘데즈의 장편소설 『다프네를 죽여줘』가 반타에서 출간됐다. 작품은 자살에 번번이 실패한 우울증 환자 다프네가 다크웹 청부살인 커뮤니티에 스스로를 죽여 달라고 의뢰하면서 시작된다. 의뢰를 맡은 초보 킬러 마르탱은 얼굴을 착각해 전혀 관계없는 여성을 열차 앞에서 떠밀어 버리고, 둘은 잘못된 살인을 수습하지 못하면 자신들 역시 조직에 의해 제거될 수 있는 벼랑 끝 열흘을 함께 보낸다. 죽고 싶은 여자와 죽이는 일에 서툰 킬러, 그리고 두 사람을 맞이하는 문제 많은 정신과 전문의 모나 샴스의 삼각 구도가 블랙코미디와 범죄 스릴러를 오가며 빠르게 전개된다.

소설은 우울증, 자살 시도, 가정폭력, 청부살인 조직 같은 어두운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인물들 사이에 오가는 대사와 상황을 통해 특유의 신랄한 유머를 만들어낸다. 어린 시절 폭력의 기억과 만성 우울증에 시달리던 다프네는 여러 번 죽음을 시도하면서도 매번 막판에 살아남고, 그 이유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정말로 내가 죽고 싶은지 알고 싶다”는 역설적인 이유로 정신과 상담을 택한다. 환자에게 감정 이입을 지나치게 한 끝에 의사 자격을 잃은 모나, 경험 부족을 허세로 숨기다 ‘첫 의뢰’에서부터 사고를 낸 마르탱 역시 사회의 규범에서 비켜난 인물들이다. 저자는 이 세 사람을 웃음과 폭력, 자기혐오와 애정 사이에 세워두고, 끝내 서로를 통해 “살고 싶은 이유”를 조금씩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플로랑스 멘데즈는 자폐스펙트럼과 정신장애를 겪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코미디와 글쓰기로 전해온 작가다. 이번 소설에서도 “정상”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난 인물들을 일부러 과장하거나 희화화하기보다, 스스로를 “고장났다”고 여기는 이들이 품은 애정과 유머 감각, 타인을 향한 연대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폭력적인 설정 속에서도 사랑과 친절, 유대감 같은 가치를 놓지 않는 결말은 제목의 명령문을 뒤집어 “다프네를 살려줘”라는 또 다른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삶의 지속성에 회의를 품은 독자, 우울과 자조를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프랑스 스릴러를 찾는 독자에게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다프네를 죽여줘』는 128×188mm 판형, 264쪽 분량으로, 러셀·비트겐슈타인 등과 함께하는 세계철학전집을 선보여온 출판사 모티브의 철학 교양 라인과는 다른, 반타의 장르 소설 브랜드를 통해 소개된다. 국내 분류상 외국 액션·스릴러소설이자 프랑스 장편소설로, 우울증과 자살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청소년보다는 성인 독자층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다. 죽음의 언어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결국 “그래도 한 번 더 살아보자”는 이상하게 다정한 한 문장으로 독자를 돌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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