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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선택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 『여섯 개의 도덕 이야기』 출간(에릭 로메르, 북포레스트)
누벨바그 거장 에릭 로메르의 유일한 소설집
출판사 제공
프랑스 영화운동 누벨바그를 상징하는 감독 에릭 로메르의 유일한 소설집 『여섯 개의 도덕 이야기』가 북포레스트에서 출간됐다. 영화 연작으로 먼저 국내 cinephile에게 알려진 ‘도덕 이야기’의 실질적인 촬영 대본이자, 문학 교사이자 비평가였던 로메르가 처음부터 콩트 형식으로 완성한 여섯 편의 단편을 한 권에 묶었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으면서도 다른 이에게 끌리는 남자의 마음, 그리고 결국 다시 돌아가는 선택의 순간을 각기 다른 인물과 상황으로 변주하며 하나의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겉으로는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지만, 인물의 내면과 사소한 말 한마디 속에서 인간 정신의 미세한 떨림을 포착하는 방식이 돋보인다.
책에는 「몽소 빵집 아가씨」 「쉬잔의 이력」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수집가」 「클레르의 무릎」 「오후의 연정」까지, 영화 팬에게는 익숙한 여섯 편이 모두 실렸다. 각 이야기의 화자는 자신의 욕망과 신념, 우연과 선택을 끊임없이 해명하려 들지만, 독자는 그 논리가 얼마나 불완전한지 자연스럽게 목격하게 된다. 로메르는 누가 옳고 그른지 판정하는 대신, 인간이 자기 정당화를 통해 어떻게 스스로를 속이고 설득하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가며 “행동이 아니라 행동하면서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관심이 있다”는 자신의 태도를 문장으로 증명한다.
제목에 쓰인 ‘도덕’이라는 말도 교훈을 주입하려는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원제의 ‘모럴’이 가리키는 것은 규범이 아니라 정신의 영역, 곧 내면의 경험이다. 로메르는 우연한 만남과 삼각관계, 유혹과 후회를 소재로 가져오지만, 인물의 몸보다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더 오래 비춘다. 사랑에 빠지는 것이 왜 달콤함과 동시에 고통이 되는지, 연인 곁을 지키겠다는 확신이 왜 그렇게 쉽게 흔들리는지, 독자는 인물들의 끝없는 자기 분석을 따라가며 스스로의 연애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영화 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장으로 활동했고 히치콕 연구서로도 명성을 얻은 로메르는 이번 책에서 특유의 관찰력과 문장 감각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파리 거리와 휴양지, 호숫가와 아파트 거실 같은 일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인물의 시선과 생각만으로 장면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그의 영화 미장센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문학 작업 그 자체로 읽힌다. 번역은 프랑스 문학과 이론서, 장르 문학을 두루 옮겨 온 이세진 번역가가 맡아 로메르 특유의 사유와 리듬을 최대한 살렸다.
『여섯 개의 도덕 이야기』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팬에게는 반가운 텍스트이고, 사랑과 선택을 둘러싼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그리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하나의 참고서가 된다. 소란스러운 사건 대신 조용한 생각의 물결을 따라가고 싶을 때, 영화와 문학이 만나는 지점을 확인하고 싶을 때 꺼내 들기 좋은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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