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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 사회』 출간(말리사 클라크, 상상스퀘어)

과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 일중독을 미화하는 과로 문화를 해부하는 인문 교양서

장세환2025년 12월 8일 오후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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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 사회.jpg출판사 제공

일에서 손을 떼면 불안해지고, 메시지 알림이 멈추면 오히려 초조한 시대다. 『과로 사회』는 이 조용한 전염병처럼 번진 일중독 문화를 인문학과 조직심리학의 시선으로 해부한다. 저자는 과로와 번아웃을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사회와 조직이 만든 구조적 결과로 규정하며, 과연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일에 매달리게 되었는지 묻는다. 그리고 “일을 사랑하는 것”과 “일에 사로잡힌 것”을 구분하는 법, 과로 사회를 넘어서는 구체적인 변화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 말리사 클라크는 미국 조지아대학교 산업 및 조직심리학과 부교수로, 건강한업무연구소를 이끄는 일중독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다. 그는 일중독과 과로, 번아웃, 직원의 건강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하며, 국립직업안전보건연구소 위원으로도 활동해 왔다. 번역을 맡은 이주만은 심리학, 자기계발 분야 번역으로 알려진 번역가로, 원서 『Never Not Working』의 문제의식을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옮겼다.

책은 먼저 우리가 흔히 믿어 온 일중독 신화를 걷어낸다. “열정이 있으면 괜찮다” “젊을 때 고생은 자산이 된다”는 식의 통념을 최신 연구 결과로 반박하며, 일중독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고 면역 체계와 정신 건강을 무너뜨린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과로가 개인뿐 아니라 가족 관계와 동료, 조직 성과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사례와 인터뷰를 통해 풀어낸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일중독자의 공통된 행동 패턴을 짚어 준다. 출퇴근 시간과 수면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일에 채우려 하고, 마감 시간을 비현실적으로 짧게 잡으며, 쉬는 시간을 죄책감으로 채우는 모습 등 익숙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나는 예외일 것”이라는 자기기만이야말로 과로 사회를 떠받치는 심리적 토대라며, 자신의 일 습관을 점검할 수 있는 자가 진단 도구도 함께 제시한다.

클라크는 문제의 뿌리를 개인이 아닌 조직과 사회 구조에서 찾는다. 장시간 근무를 충성의 증거로 여기는 평가 제도, 밤늦은 메시지를 당연하게 만드는 디지털 업무 환경, 쉬면 뒤처질 것이라는 불안을 부추기는 경쟁 이데올로기가 결합해 “늘 켜져 있는 사람”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는 조직이 보내는 암묵적 신호를 해독해 보고, 일중독을 조장하는 규범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야말로 진짜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과로 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실천 전략에 집중한다. 과로를 당연시하는 관리자를 설득하는 방법, 회의와 보고 방식 같은 작은 제도부터 손보는 방식, 구성원이 온전히 일에서 떨어져 쉴 수 있는 “오프라인 시간”을 만드는 조직 사례까지 소개한다. 더 나아가 일중독을 줄이면서도 성과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높인 연구 결과를 근거로, “덜 일하면서 더 잘 일하는” 조직 문화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과로 사회』는 인문학과 사회학, 노동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는 물론, 조직 문화와 사람 관리에 고민이 깊은 리더와 인사 담당자에게도 유용한 참고서가 될 만하다. 과로를 개인의 미덕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끝없이 일하라는 압박 속에서도 나와 조직의 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이 책은 “이제 과로를 멈춰도 된다”는 과학적이면서도 단호한 근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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