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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버티는 외상외과의 기록” 『나를 성장하게 한 것은 오로지 사람이었다』 출간(문윤수, 나비의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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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환2025년 12월 2일 오전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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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중증외상 환자들과 매일 마주하는 외상외과 의사의 기록이 책으로 나왔다.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20년 넘게 환자를 지켜 온 외상외과 전문의 문윤수의 에세이 『나를 성장하게 한 것은 오로지 사람이었다』가 나비의활주로에서 출간됐다. 저자는 마라톤을 뛰며 마음속에서 먼저 썼던 문장들을 한 권에 모아, 사람 때문에 버티고 사람 때문에 무너질 뻔했던 순간들을 차분하게 되짚는다.

책은 권역외상센터라는 공간을 독자에게 먼저 소개한다. 응급차가 밤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들이닥치는 현장에서 외상외과 의사는 “환자가 살아나는 방향으로 단 한 걸음이라도 더 밀어야 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심장이 멎었다가 다시 뛰기 시작한 환자가 며칠 뒤 의식을 찾아 말을 건네는 장면에서 저자는 스스로 느끼는 감정을 ‘바이탈뽕’에 비유한다. 달리기 선수가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듯, 사람을 살려 내는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강렬한 기쁨이 외상외과 의사를 다시 수술실로, 중환자실로 부른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를 성장하게 한 것은 오로지 사람이었다”는 문장은 환자와 보호자의 얼굴을 통해 의미를 얻는다. 억울한 교통사고로 여러 차례 수술대에 오른 가장, 철근에 깔려 희망이 보이지 않던 환자의 기적 같은 회복, 장기기증으로 6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청년, 낯선 땅에서 삶을 건 외국인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숫자로 표기되는 ‘환자’ 대신 각각의 삶을 가진 사람으로 그들을 기록한다. “환자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내력을 같이 버텨주는 것이야말로 외상외과 의사의 역할”이라는 고백은, 의료진과 환자 가족이 함께 버틴 시간의 무게를 전한다.

의료 현장의 냉정한 현실도 숨기지 않는다. 감염과 발암물질, 끊이지 않는 수술 일정과 당직 속에서 저자는 자신을 “권역외상센터의 개똥벌레”라고 부르며 웃어 보인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지만, “정말 필요한 순간 빛나는 반딧불”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그 뒤를 잇는다. “환자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예요” 같은 문장은 외상외과라는 특수한 현장을 넘어,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독자에게도 곧장 다가오는 문장으로 기능한다.

이 책은 권역외상센터의 일상을 낱낱이 보여주는 르포가 아니라, 사람과 일, 생명을 오래 바라본 의사가 자신의 언어로 정리한 에세이다. 새벽 2시에 동기가 건넨 커피믹스 한 잔, 11년 묵힌 참기름 선물, “선생님 손이 따뜻해서 좋았다”는 유가족의 편지 같은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돼, 극한의 현장 속에서도 삶이 계속될 수 있게 해 주는 작은 온기를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우울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것”이라고 적으며, 살아있음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제안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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