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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60대, 다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60대 청춘의 미국 유학기』 출간(한경신, 책봄)

버클리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다시 학생이 된 60대 교사의 유학·인생 2막 이야기

장세환2025년 11월 26일 오후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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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청춘의.jpg출판사 제공

60대에 정년 퇴직을 마치고 짐을 싸 미국 유학길에 오른 사람이 있다. 38년 동안 영어교사로 교단에 서 온 한경신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60대 청춘의 미국 유학기』는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을 실제 선택과 행동으로 증명해 보인 한 사람이, 캘리포니아 버클리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다시 학생으로 살아가며 겪은 경험을 담아낸 에세이다.

1부는 제목 그대로 미국 유학기다. 저자는 음악, 미술, 철학, 사회학, 영화 등 평소 흥미 있던 과목들을 골라 듣는다. 강의실에서는 젊은 교수의 빠른 말과 화면이 쉴 새 없이 바뀌는 발표 수업에 적응해야 하고, 사회학 강의에서는 죽음과 안락사, 범죄와 일탈 같은 묵직한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저자는 젊은 세대와 나란히 앉아 필기를 따라가며 “나이 든다는 것은 느려진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포기 대신 익숙해지기를 택한 자신의 마음가짐을 솔직하게 기록한다.

책에는 유학생활의 이면도 숨기지 않는다. 샌프란시스코 밤거리에 넘쳐나는 홈리스와 코끝을 찌르는 악취, 집값은 비싸지만 안전을 위해 택해야 했던 거주지, 생활비와 학비를 따져 가며 선택해야 하는 과목들까지, ‘낭만 유학’이라는 말 뒤에 가려진 현실이 구체적인 장면으로 드러난다. 동시에 발표 위주의 수업 문화를 활용해 한국의 음악과 대중문화를 알린 일화도 눈에 띈다. 케이팝과 포레스텔라 공연 영상을 소개하며, “앗싸, 청춘이여, 아직 너는 젊구나”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던 순간들이 유머와 함께 전해진다.

철학과 사회학 수업에서 느낀 지적 자극도 중요한 축이다. 데카르트와 스피노자를 미리 읽고 강의에 들어가 교수가 어디에 힘을 주어 설명하는지 귀 기울이는 과정, 벨기에 안락사 제도를 다룬 강의에서 생과 사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된 이야기 등은 나이가 들어도 생각하는 힘은 계속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저자는 눈이 침침해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핑계 대기보다, 교수의 글을 확대 출력해 들고 들어가 수업을 따라간 자신의 방식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2부는 60대에 들어선 저자의 단상들로 이어진다. 장충여중, 여의도여고, 가락고, 송파공고, 강일고 등에서 보낸 38년 교직 생활을 돌아보며,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이제야 이해하게 된 과정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심근경색을 겪으며 병상에서 적어 내려간 기록, 엄마와 딸, 남편을 바라보며 얻은 깨달음은 가족과 일, 건강을 다시 정리해 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저자는 몸이 약해질수록 회의적으로만 변하기 쉽지만,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는 마음을 붙들고 버티는 태도가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독자들에게 “지금부터 다시 배우고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20대에 품었던 “은퇴 후 다시 대학에 들어가고 싶다”는 소망을 실제 유학으로 실현한 저자의 선택은,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즐기며 배우는 노년’이 무엇인지 보여 주는 사례다. 곱게 늙는다는 말이 단정한 외모가 아니라, 익어 가는 호기심과 지적 활력을 뜻한다는 사실을 책은 조용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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