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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사라져서 아름다운 – 끝내 사랑으로 남는 순간들』(이승원, 김영사)

사진가에서 산문가로, 상실을 다정으로 바꾸는 이승원의 기록

장세환•2026년 9월 28일 오후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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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서 아름다운.jpg출판사 제공

“내게 다가오는 것보다 내게서 떠나가는 것들이 좋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비로소 알게 되니까.” 이승원의 신작 산문집 『사라져서 아름다운』은 사라짐을 슬픔이 아닌 사랑의 편에 놓는다.

20여 년간 222개 도시를 유랑하며 사진을 찍어온 그는 이번 책에서 카메라 뒤에서 걸어 나와 자기 삶의 문장들을 써 내려간다. 도착하는 기차가 아니라 떠나는 기차, 활짝 핀 벚꽃이 아니라 흩날리는 꽃잎, 사람들의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을 오래 바라본다. 스무 살에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시집와 우물가 동백을 벗 삼던 어머니, 두 달에 한 번 생선 궤짝을 지고 돌아오던 아버지, 새벽에 전화를 걸어 “세우(細雨)가 와”라던 선생, 이름조차 불리지 못한 할머니. 그는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며 말한다. “사라져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

책은 상실보다 다정감을 남긴다. 포장마차 이모의 “삼촌, 어서 와”라는 한마디, 잎이 돋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마른 가지에 물을 주는 마음, 평생 쓰던 도마를 싸 들고 찾아온 어머니의 손 같은 것. 실 한 가닥은 약하지만 여러 가닥이 서로 부둥켜안을 때 강해진다는 것을, 그는 바늘귀에 실을 꿰며 배웠다. 글과 사진이 그렇게 나아간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그것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미워하고 분노하고 이별할지라도 끝내 사랑으로 남는다.”

정여울 작가는 추천사에서 “그는 남들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장면을 찍지 않는다. 삭아가는 철제 대문, 색칠이 벗겨진 우편함, 앙상한 나뭇등걸. 그가 오래 바라보는 것은 안타까운 마지막 숨결”이라고 평했다. 시인 진은영은 “세계와 타협하지 않는 꼿꼿함과, 사랑하는 것들을 향한 순종을 동시에 지닌 영혼”이라며 르네 샤르의 시구를 인용했다.

『사라져서 아름다운』은 흔들림과 사라짐, 잃어버림 속에서 더욱 또렷해지는 사랑의 물리학을 보여준다. 너무 가까워 보이지 않던 것들이 거리를 두고 나서야 비로소 얼굴을 드러내듯, 삶의 풍경도 사라짐 속에서 아름다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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