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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학교와 고향의 기억 『창원 국민 학교』(이형우, 도화)

1960~70년대 군사정권 시대 학교 풍경과 창원의 역사적 변모를 담은 시집

장세환•2026년 9월 28일 오전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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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국민 학교.jpg출판사 제공

이형우 시인의 신작 시집 『창원 국민 학교』가 출간됐다. 이 책은 1960~70년대 군사정권 시절 ‘국민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던 학교 현장을 복원하는 동시에, 『창원읍지』를 통해 창원의 역사적 변모 과정을 되짚는 독특한 구성의 작품집이다.

시인은 ‘창원 국민 학교’를 “이 땅 어디든 비슷했던/그 시절/그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특정 학교와 지역의 추억에 머무르지 않고,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집단적 기억을 불러내는 증언으로서의 시를 지향한다. 교실과 운동장, 고향 땅과 사람에 남은 기억을 통해 국가와 제도, 공동체와 개인이 어떻게 얽혀 있었는지를 되묻는다.

시집에는 「국민 체조」, 「국민 교육 헌장」, 「고무줄 놀이」, 「불주사」, 「운동회」, 「채변봉투」, 「달고나」 등 생활사적 소재들이 담겨 있다. 이 작품들은 당시 세대에게는 생생한 기억을 되살리고, 오늘의 독자에게는 낯설지만 반드시 돌아보아야 할 역사적 풍경을 펼쳐 보인다. 친숙한 소재들이 시인의 언어를 거쳐 개인의 추억을 넘어 시대의 초상으로 확장된다.

또 다른 축은 『창원읍지』의 번역과 문학적 재해석이다. 시인은 오래된 기록을 오늘의 언어로 옮기며 창원이 지나온 역사와 공간의 변화를 들려준다. 창원읍성이 무너진 자리에 학교가 들어서고, 근대화와 개발의 이름 아래 우리가 스스로 읍성의 벽을 허물었던 시대 상황을 환기한다. 이는 단순한 향수나 복고가 아니라,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무엇을 잃었으며 그 상실이 오늘의 삶에 어떤 흔적으로 남았는지를 묻는 성찰이다.

시집에는 수백 년 동안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켜온 중국 박가구촌의 이야기도 삽화처럼 배치돼 있다. 오랜 세월 삶의 터전을 지켜온 이들의 투쟁은 창원의 역사와 교차하며, 급속한 변화 속에서 공동체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창원 국민 학교』는 한 시인의 유년과 지역의 역사를 엮어,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잃었고 앞으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묻는다. 생활사의 구체성과 역사적 성찰, 서정적 회고와 시대적 문제의식이 어우러진 이 시집은 문학작품이 어떻게 한 시대의 증언이 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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