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끊임없는 소비와 자기계발, 경쟁과 번아웃의 시대에 ‘좋은 삶’은 무엇일까. 『좌파 생활 - 다른 방식으로 산다는 것』(앤드루 펜다키스 지음, 유강은 옮김, 오월의봄, 2026년 9월 10일 출간)은 이 질문에 대한 좌파적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를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세계와 타인들과 맺는 관계의 모든 측면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경험”으로 풀어내며, 자본주의적 삶의 구조적 슬픔을 넘어서는 길을 탐색한다.
책은 자본주의가 어떻게 우리를 슬프게 하는지, 마르크스주의가 어떻게 진리로 작동하는지, 분노가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왜 조직해야 하는지를 네 가지 축으로 다룬다. 쇼핑과 출퇴근, 임금노동 같은 일상의 경험을 통해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공허와 소외를 언어화하며, 이를 마르크스주의적 시선으로 새롭게 경험하게 한다. “임금노동은 사태를 악화시키는 노동이다”라는 저자의 단언은 노동을 통한 구원의 환상을 깨뜨리지만, 동시에 삶의 본질적 차원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다시 묻게 만든다.
저자는 분노를 단순히 나쁜 감정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분노는 구조적 불평등과 차별을 인식하고 변화를 상상하는 힘이다. 중요한 것은 분노를 어디로 겨냥할 것인가이며, 마르크스주의자의 과제는 분별력 있는 분노를 조직하고 확산시키는 데 있다. 이는 무지와 혐오에서 비롯된 분노와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구별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저자는 마르크스주의와의 조우가 삶을 바꾸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지식은 지식일 뿐, 결국 삶은 행위이기에 정치적 조직화가 필요하다. 정당, 노동조합, 사회운동 등 다양한 전략 속에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끝없는 논쟁을 이어가지만, 바로 그 복잡성을 사유하는 것이 좌파 생활의 즐거움이라고 강조한다.
『좌파 생활』은 마르크스주의를 박제된 이론이 아니라 “견제받지 않는 이윤 추구가 가한 손상에 대한 삶의 응답”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아버지와의 일화를 통해 “자본주의와 싸우는 건 바람에 오줌 갈기기”라는 냉소적 진단을 소개하면서도, 그 싸움이 결국 우리에게 행복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일상 속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소비와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 분노와 연대, 조직화의 힘으로 삶을 다시 구성하는 길을 제안한다. 『좌파 생활』은 자본주의의 슬픔을 넘어, 좋은 삶을 다시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에게 새로운 나침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