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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지층 위에 세운 그리움 『한 걸음 비켜서서 알아차린』(한성근, 시와함께 넓은마루)

삶과 기억, 그리움과 사랑을 성찰하는 다섯 개의 서정적 풍경

장세환2026년 8월 24일 오후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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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비켜서서 알아차린.jpg출판사 제공

한성근 시인의 신작 시집 『한 걸음 비켜서서 알아차린』은 오랜 시간의 기억과 삶의 흔적을 되짚으며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작품집이다. 시인은 지나온 날들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을 단순한 상실의 감정에 머물지 않고, 사랑과 긍정, 새로운 다짐으로 전환해 나간다.

시집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시간과 기억, 그리움과 사랑, 공동체와 역사에 대한 시인의 시선을 담고 있다. 제1부에서는 삶의 순간을 돌아보며 “한 걸음 비켜서서 알아차린” 깨달음을 노래한다. 제2부는 희미해져 가는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는 흔적을 붙잡고, 제3부는 사랑하는 마음을 펼쳐 들며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제4부에서는 망각과 기억 사이에서 공동체와 역사적 사랑을 담아내고, 제5부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까지 삶을 긍정하는 다짐을 보여준다.

유성호 평론가는 한성근의 시를 “오랜 시간의 적층에서 발원하는 언어적 세계”라고 평가하며, 기억의 지층 위에 그리움을 기념비처럼 세워가는 시세계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시집 속 작품들은 개인의 기억에서 출발해 가족과 사랑, 자연과 공동체로 확장된다. 「나의 다짐」에서는 손녀와의 대화를 통해 삶과 죽음, 가족의 사랑을 바라보고, 「독도의 숨결」에서는 개인의 서정을 넘어 공동체와 역사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

표제작 「한 걸음 비켜서서 알아차린」은 시집 전체의 정수를 보여준다. 삶의 한가운데에서 잠시 물러나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지나쳐 버린 순간과 소홀했던 마음을 되짚으며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시인은 무심히 지나쳤던 낱낱의 순간 속에서 숨겨진 아름다움과 비밀을 길어 올리며, 그리움을 사랑으로, 사랑을 삶의 긍정으로 전환한다.

『한 걸음 비켜서서 알아차린』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시집이 아니다. 기억은 그리움이 되고, 그리움은 사랑이 되며, 사랑은 다시 삶을 긍정하는 힘이 된다. 한성근의 시는 독자에게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하고, 동시에 앞으로의 삶을 새롭게 준비할 용기를 건넨다. 삶의 무게와 아름다움을 함께 길어 올리는 그의 서정은 깊은 여운을 남기며,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순간들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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