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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의 디스토피아 『패밀리 랜드』(사와무라 이치, 하빌리스)

첨단 기술과 가족 잔혹사가 결합한 여섯 편의 서늘한 이야기

장세환2026년 8월 24일 오후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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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랜드.jpg출판사 제공

『보기왕이 온다』로 일본호러소설대상을 수상한 사와무라 이치가 이번에는 근미래 가족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 『패밀리 랜드』를 선보인다. IT 기술과 AI의 눈부신 발전으로 삶은 편리해졌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욕망과 갈등은 오히려 더 잔혹하게 드러난다.

소설은 여섯 편의 옴니버스 이야기로 구성된다. 「컴퓨터 시어머니」에서는 스마트홈 시스템을 해킹해 멀리서 며느리의 생활을 통제하는 시어머니가 등장한다. 냉장고 문을 닫는 방식까지 간섭하는 디지털 감시는, 기술이 가족 갈등을 더욱 날카롭게 만드는 단면을 보여준다.

「날개 꺾인 금붕어」는 유전자 편집을 거부하고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가 사회적 차별을 받는 이야기를 다룬다. ‘무계획 출생아’라는 낙인 속에서 아이는 부모의 선택 때문에 출발선부터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기술이 인간의 권리를 규정하는 시대의 불안이 서늘하게 드러난다.

「매리지 서바이버」는 완벽한 조건 매칭을 자랑하는 결혼 정보 시스템이 오히려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는 함정을 드러낸다. 반지를 통한 감시와 통제는 결혼을 사랑의 약속이 아닌 데이터 관리로 전락시킨다.

「오늘 밤 우주선이 보이는 언덕에서」는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모의 손발을 절제하고 신체를 개조하는 비극을 그린다. 생명 유지 장치로 전락한 노인의 모습은 기술이 인간을 구원하기보다 새로운 지옥으로 내모는 현실을 보여준다.

마지막 이야기 「사랑을 말하기보다 이와 같이 집행하자」는 모든 장례가 가상 현실로 치러지는 시대에, 굳이 ‘실제 장례식’을 고집하는 노인의 소망을 다룬다. 관을 운반할 수 없는 아파트 구조, 비용과 인력의 부담은 현실적 문제로 드러나며, 기술이 지워버린 ‘죽음의 의례’를 되묻는다.

사와무라 이치는 이번 작품으로 제19회 센스 오브 젠더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의 소설은 괴담보다 현실적이고, SF보다 서늘하다. 『패밀리 랜드』는 육아, 고부갈등, 간병, 장례 등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에 기술이 스며들었을 때 벌어질 법한 비극을 그려내며, 가장 따뜻해야 할 울타리인 가족이 가장 서늘한 공포를 안겨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은 묻는다. “기술은 인간을 구원했는가, 아니면 새로운 지옥으로 내몰았는가?” 『패밀리 랜드』는 그 질문을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서 가장 잔혹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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