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박사랑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고요의 옷장』은 청소년의 불안과 갈등을 환상적인 설정 속에 담아낸 성장소설이다. 2012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스크류바』, 『안녕, 나를 마중하러 왔어』 등을 통해 흔들리는 마음을 섬세하게 포착해 온 박사랑은 이번 작품에서 “나 대신 살아 주는 나”라는 독특한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주인공 요진은 고등학교 입학 첫날부터 낯선 환경과 관계 앞에서 움츠러든다. 교실의 어색한 공기 속에서 그는 속으로 바란다. “누가 나 대신 여기 있어 줬으면.” 그날 집에 돌아온 요진은 옷장 속에서 낯선 흰 니트를 발견한다. 니트를 입는 순간, 요진과 똑같은 얼굴을 한 ‘또 다른 나’가 나타난다. 어린 시절 막연히 바랐던 소원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제 요진은 하기 싫은 일, 피하고 싶은 하루를 ‘또 다른 나’에게 맡길 수 있다. 하지만 곧 균열이 생긴다. 또 다른 나는 요진보다 더 능숙하게 하루를 살아내고,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웃으며 요진의 삶을 더 잘 살아가는 듯하다. 요진은 불안해진다. 저 얼굴은 분명 내 얼굴인데, 왜 저 애는 나보다 내 삶을 더 잘 살아가는 것 같을까.
소설은 ‘대신 살아 주는 나’라는 설정을 통해 자기 삶을 직접 마주해야 한다는 질문을 던진다. 아무리 기억이 남아도 마음이 비어 있다면, 그 하루를 진정 내가 살아낸 시간이라 말할 수 있을까. 요진은 친구 다미와의 관계, 시험과 학원 스트레스, 전학생 구주연과의 만남 속에서 점점 더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고요의 옷장』은 청소년의 일상적 고민—학교생활, 친구 관계, 가족과의 대화—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면서도, ‘하얀 니트’라는 환상적 장치를 통해 자기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옷장 속의 안전한 공간은 요진을 지켜 주지만 동시에 그의 삶에서 멀어지게 한다. 결국 성장은 더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울고, 피하고 싶어 하면서도 다시 자기 이름으로 바깥을 향해 나아가는 작은 용기다.
소설가 청예는 추천사에서 “혼자만의 품으로는 따뜻해지지 못했던 십대의 나를 이제라도 안아 주는 니트를 갖게 되어 반갑다”고 말했고,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하지현은 “옷장을 나와 성장으로 이어질 문을 열어 주는 소설”이라 평했다.
『고요의 옷장』은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 있기 싫고, 사라지고 싶지만 누군가 알아봐 주었으면 하는 모순된 마음을 품은 청소년에게, 그리고 그런 시간을 지나온 어른들에게도 단단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