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소복이 작가의 신작 만화 『엄마가 도망갔다』는 부모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한 사람의 내면을 다정하고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아이가 태어난 날, 세상에는 아이만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부모라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며, 시간과 공간, 취향과 돈까지 모든 것이 아이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부모는 가장 깊은 사랑을 경험하면서도 자신을 뒤로 미루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는 아빠가 사 준 가방을 메고 전속력으로 도망간다. 제목만 보면 거대한 사건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아주 평범하고 절박한 마음에서 비롯된 도망이다. 엄마도 누구의 엄마가 아닌 온전한 ‘나’로 숨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가족을 거부하기 위한 도망이 아니라, 잠시 개인으로 돌아가려는 본능에서 시작된 도망이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도망에 아빠는 당황하지만 아이는 담담하다. 아이는 엄마가 남긴 단서들을 따라가며 엄마가 좋아했던 곳과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떠올린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이 몰랐던 엄마의 모습을 발견한다. 엄마에게도 혼자 있고 싶은 순간이 있고, 좋아하는 것이 있으며, 아무 역할도 맡지 않은 채 자신으로 있고 싶은 시간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소복이는 이번 작품에서도 무거운 죄책감이나 신파 대신 특유의 덤덤하고 유쾌한 만화적 호흡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엄마의 도망을 문제 삼거나 가족의 사랑을 시험하는 대신,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일이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에서 ‘도망’은 가족을 떠나는 일이 아니라, 다시 돌아올 힘을 만드는 다정한 숨고르기다.
르포 작가 은유는 추천사에서 “외출이 아닌 도망은 개인이 되려는 본능의 발로”라며, 아이의 시선이 엄마를 ‘역할’이 아닌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점을 강조했다. 독자는 아이와 함께 엄마의 내면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가족 안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엄마의 얼굴을 새롭게 만나게 된다.
『엄마가 도망갔다』는 엄마라는 역할에 자신을 맞추느라 ‘나’를 잊고 지냈던 사람에게는 다정한 위로를, 가까운 사람의 마음을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던 가족에게는 새로운 질문을 건네는 이야기다. 책장을 덮은 뒤 독자는 이렇게 묻게 될 것이다. “오늘 나에게 필요한 작은 도망은 무엇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