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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가슴의 시대를 건너는 시 『보호 관찰』(정한아, 문학과지성사)

침묵과 불안을 관찰하는 시적 기록

장세환2026년 8월 19일 오후 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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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관찰.jpg출판사 제공

정한아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보호 관찰』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639번으로 출간됐다. 2006년 『현대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울프 노트』 이후 8년 만에 57편의 시를 묶어냈다. 이번 시집은 사회적 병증을 ‘인수공통전염병 냉가슴’이라는 은유로 포착하며, 침묵과 불안을 관찰하는 시적 기록이다.

책은 냉담과 침묵이 만연한 시대를 ‘보호 관찰’이라는 개념으로 읽는다. “세상은 대체로 평온하다 어디가 아픈가? 물으면 발광할 것이다”라는 구절처럼,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내면은 격렬하게 요동치는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다. 시인은 이를 적극적으로 구출하기보다 장기적으로 관찰하려는 태도를 택한다.

본문 속 시들은 사회와 개인의 균열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사람 힘으로 안 되는 게 어딨어 / 다들 이렇게 살아” (「人力」) “가슴을 함부로 열어선 안 돼 / 떠올리기 싫은 것들이 의외로 싱싱하거든” (「보호 관찰―당신의 뒤뜰」)

정한아의 시는 치유나 위로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좋은 시가 치유와 위로의 힘을 발휘한다는 역설을 그는 인정한다. 산문 「이 거대한 병동에서」에서 “책이 아니었으면 나는 살인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고백은, 시가 어떻게 인간의 파괴적 충동을 막아내는지 보여준다.

이번 시집은 ‘냉가슴’이라는 사회적 병증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침묵을 선택한 사람들이 내면적으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침묵이 폭력으로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말없음병, 일명 냉가슴”은 단순한 심리적 질환이 아니라 사회가 발명한 병증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보호 관찰』은 잔혹과 냉담이 만연한 세계에서 시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시인은 “시가 이런 모든 것과 다른 무언가를 하기 때문에”라는 응답을 내놓으며, 갇혀 있던 물음표들을 풀어놓는다. 이는 시가 허구와 구별되지 않지만 진정 허구는 아닌 ‘무언가’를 한다는 선언이다.

정한아는 이번 시집을 통해 “죽음과 묵음을 헷갈리면서” 살아가는 시대를 기록한다. 『보호 관찰』은 사회적 불안과 개인적 고통을 관찰하는 동시에, 시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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