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일본 미스터리의 신예 아사네 주지가 선보인 『천 년의 후더닛』은 SF적 설정과 본격 미스터리의 후더닛 구조를 결합한 독창적인 작품이다. 인류 최초의 냉동수면 실험에 참여한 일곱 명 중, 천 년 뒤 깨어난 사람은 여섯 명뿐이다. 한 사람은 냉동수면 장치 안에서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다. 외부 침입은 불가능한 셸터, 모두가 잠들어 있던 상황. 완벽한 알리바이 속에서 범인은 깨어난 여섯 명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책은 “범인은 이 안에 있다”는 후더닛의 고전적 긴장을 시간의 차원으로 확장한다. 천 년이라는 시간의 밀실 앞에서 익숙한 ‘범인 찾기’의 규칙은 완전히 뒤집힌다. AI 기록이 끊겨 있는 부분, 냉동창고에서 발견된 또 다른 시신, 그리고 124년의 공백. 독자는 탐정과 함께 단서와 알리바이를 검토하며, 시간과 기록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본문 속 대사는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왜 그랬는지보다 더 큰 문제가 있어. ‘누구’야, 누가 죽였는가.” (19쪽)
아사네 주지는 진화생물학을 전공한 이력을 바탕으로, 과학적 사고와 논리적 추리를 절묘하게 결합했다. 그의 데뷔작 『붉은 여왕의 살인』이 일상적 공간의 불가능 범죄를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시간이라는 절대적 밀실을 무대로 한다.
한국추리문학상 수상 작가 김영민은 해설에서 “냉동수면이라는 설정을 본격 미스터리의 핵심 조건으로 삼았다”며, 독자가 ‘외부인은 들어올 수 없고 내부인은 잠들어 있었다’는 전제를 공리처럼 받아들이는 순간 작품이 알리바이와 기록의 문제를 정교하게 확장한다고 평했다.
『천 년의 후더닛』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아야쓰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처럼 닫힌 공간의 후더닛을 시간의 차원으로 갱신한 작품이다. 일본 미스터리의 새로운 목소리를 한국 독자에게 소개하는 이번 출간은, SF와 추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 시도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