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벨기에 작가 티너 모르티어르와 일러스트레이터 카쳐 퍼메이르가 함께 만든 그림책 『마레와 할머니』가 보림의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시리즈로 출간됐다. 이 작품은 아이와 할머니가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며 나누는 특별한 관계를 통해, 치매와 돌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따뜻하게 풀어낸다.
마레와 할머니는 참을성 없고 과자를 좋아하며 정원을 뛰어다니는 ‘제일 친한 친구’다. 둘은 나무 위에 올라가 소리치고 쿠키를 잔뜩 먹으며 어떤 성대한 파티도 부럽지 않게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할머니가 쓰러지고, 다시 깨어난 뒤에는 모든 것을 잊어버린 듯 달라져 버린다. 마레는 더 이상 예전처럼 할머니와 놀 수 없지만, 여전히 할머니와 가장 친한 친구다. 왜냐하면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할머니의 말을, 마레는 눈빛을 통해 읽어내기 때문이다.
책은 치매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변해가는 할머니와 끝까지 마음을 나누려는 마레의 노력을 보여준다. 이는 어른들이 할머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과 대비되며, 진정한 소통이란 언어가 아니라 감정의 교감임을 강조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할 때, 간호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레가 할머니와 함께 그 길을 나서는 장면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작품은 치매와 돌봄을 한 가족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삶으로 확장한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노화와 기억의 문제를, 아이와 할머니의 관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한다. 그림책은 무겁고 비극적인 시선 대신, 변화를 받아들이고 끝까지 함께하려는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다.
카쳐 퍼메이르의 그림은 섬세하면서도 따뜻하다. 2010년 론세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이 작품은, 그림만으로도 할머니와 마레의 관계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독자는 그림 속 표정과 몸짓을 따라가며, 말이 사라진 자리에서 오히려 더 깊어지는 교감을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