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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음의 기쁨 『친구는 쓸모없다』(사노 요코, 알에이치코리아)

우정 미만, 우정 초과의 인간관계를 유쾌하게 탐구하다

최준혁2026년 8월 19일 오후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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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쓸모없다.jpg출판사 제공

『100만 번 산 고양이』와 『사는 게 뭐라고』로 한국 독자에게도 잘 알려진 일본 작가 사노 요코가 이번에는 인간관계를 탐구하는 에세이 『친구는 쓸모없다』를 선보였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이 책은, 효율과 쓸모를 따지는 시대에 ‘무용한 관계’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책은 사노 요코의 자전적 에세이와 일본 현대시의 거장 다니카와 슌타로와의 대담을 교차시켜 구성된다. ‘친구 없이는 못 산다’는 사노 요코와 ‘친구 없이도 잘 살아왔다’는 다니카와 슌타로의 대화는 시종 엉뚱하고 경쾌하다. 훗날 사랑하고 결혼하게 되는 두 사람이 아직 ‘친구’의 거리에서 티격태격하며 웃고 반박하는 모습은, 우정과 사랑, 인생이 얽히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노 요코는 친구를 통해 인생의 기본 태도를 배웠다고 고백한다. 열아홉 살에 아버지를 잃었을 때, 기대하지 않았던 친구들의 호의가 자신을 위로했고, 그 경험은 평생 변하지 않는 신뢰의 근간이 되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말이야, 싫은 면이 전혀 없는 사람과는 친구로 오래 지내지 못해. 상대의 싫은 면까지 다 포함해서 하나의 온전한 인격으로 인식하는 습관이 있나 봐. 그게 훨씬 현실적이라 좋아.” (127쪽)

친구란 돈이 되지도 않고 사회적 지위를 높여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친구란 쓸모없는 한때를 함께 낭비하는 사이다”라는 그의 문장은, 우정의 본질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사노 요코는 친구의 멍청한 면, 한심한 면, 못난 면까지 받아주는 관계야말로 진짜 우정이라고 말한다.

책은 어린 시절의 질투와 괴롭힘, 무리 짓기와 절교, 동경과 배신감, 어른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는 외로움까지 관계의 민낯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는 인간을 완벽하게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앞뒤가 딱 맞지 않는 것이 인간이고, 우정도 그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본다.

『친구는 쓸모없다』는 처음 출간된 1988년 당시에도 화제를 모았던 책이다. 암과 죽음을 이야기하기 전 쉰 살 무렵의 사노 요코를 만날 수 있으며, 이미 세상을 함부로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 현실감각과 유머, 인간의 허점을 귀신같이 알아채는 눈이 선명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생각해 보면 친구란 쓸모없는 한때를 함께 낭비하는 사이다.” (216쪽)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능률이나 성적이나 발전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것이 제일 중요했다.” (218쪽)

결국 이 책은 친구라는 존재가 쓸모없기 때문에 오히려 소중하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아무 목적 없이 시간을 나누고, 아무것도 얻지 않아도 함께할 수 있는 관계. 사노 요코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좋아했다가 미워하고, 한동안 잊었다가도 다시 연락하게 되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친구는 참 쓸모없다. 그래서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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