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선과 악의 경계에서 멈추지 않은 집념, 『우리는 모두 경계선 위에 서 있다』(이대우, 나비의활주로)

40년 강력계 형사의 퇴직 기록, 선과 악의 경계에서 건네는 삶의 지혜

장세환2026년 8월 14일 오후 3:04
5

우리는 모두 경계선 위에 서 있다.jpg출판사 제공

40년간 3천 명에 가까운 범죄자를 검거하며 ‘범죄 사냥꾼’으로 불린 강력계 형사 이대우가 퇴직을 맞아 마지막 수사 보고서를 남겼다. 『우리는 모두 경계선 위에 서 있다』(나비의활주로)는 화려한 무용담이 아니라, 끝내 풀지 못한 미제 사건과 선과 악의 경계에서 깨달은 삶의 지혜를 담은 기록이다.

책은 퇴직을 40일 앞둔 어느 날, 살인 사건 현장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반려견과의 산책, 아내와의 저녁 약속을 접어둔 채 현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형사로서의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을 다하는 저자의 태도를 보여준다. 그는 명예퇴직이나 공로연수를 거부하고, 26년 전 홍은동 분식집 여주인 살해 사건과 보험금을 노린 존속 살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 위해 옛 부임지로 돌아갔다. 퇴직 13일을 남기고 떠난 마지막 출장에서 용의자를 마주하며 “나는 아직도 당신이 범인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성과보다 진실을 끝까지 추적하려는 형사의 집념을 압축한다.

책의 중심에는 ‘경계선’이라는 단어가 놓여 있다. 평생 남에게 폐 한 번 끼치지 않던 사람이 한순간의 감정에 선을 넘고, 오래 믿었던 친구 사이에서 사기가 벌어지며, 어제까지 멀쩡하던 통장이 하루 만에 비워진다. 저자는 그 선이 멀리 있지 않고 우리 모두가 지금 그 위에 서 있다고 말한다. 범죄자를 잡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피해자가 최소한의 치유와 안도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다는 고백은 그의 수사 철학을 보여준다.

책은 사건 기록을 넘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다. 장모의 금붙이를 노리다 실패한 뒤 다시 돌아와 장모를 위로하던 사위, 아내를 조수석에 태운 채 경찰서로 들어온 남편,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남매가 사기꾼에게 속아 무너진 이야기. 저자는 이 장면들에서 처벌의 언어 대신 질문을 꺼낸다. 사람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나빠지는가. 그리고 그 답으로 겸손, 의심, 신뢰, 자기만족 같은 오래된 단어들을 건넨다. 형사의 입에서 나온 이 단어들은 뜻밖에 새롭게 들린다.

후반부에서 그는 시선을 시민에게 돌린다. 단골손님의 얼굴에 난 멍을 그냥 넘기지 않은 편의점 점주, 집 안 분위기가 이상하다며 신고한 가스 검침원. 범죄를 막은 건 결국 옆자리에 있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는 “범죄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검거가 아니라 예방”이라고 강조하며, 시민의 작은 개입이 공동체를 지켜낸다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경계선 위에 서 있다』는 퇴직 형사의 회고록이 아니라, 앞으로의 사회를 위한 제언이다. 인세를 범죄 피해자 지원 단체 발족의 초석으로 쓰겠다는 그의 결심은, 잡는 사람에서 붙잡아주는 사람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선과 악의 경계선 위에서, 이 책은 독자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손을 내밀어 주는 기록이다. 마지막 수사 보고서라는 부제가 조금도 과하지 않다.

관련 기사

절망을 상속받은 세대, 『청년 자살 사회』(이완, 이글루)

절망을 상속받은 세대, 『청년 자살 사회』(이완, 이글루)

8월 14일 오후 3:49
5
상처를 지키는 법, 『호신술 클럽』(김지윤, 오리지널스)

상처를 지키는 법, 『호신술 클럽』(김지윤, 오리지널스)

8월 14일 오후 3:44
7
카리브해에서 피어난 독립의 꽃, 『쿠바의 안순필 일가, 그 100년의 이야기』(박환, 도서출판 선인)

카리브해에서 피어난 독립의 꽃, 『쿠바의 안순필 일가, 그 100년의 이야기』(박환, 도서출판 선인)

8월 14일 오후 3:35
3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